매일신문

"전쟁 미망인 아픔 우리가 보듬어야죠"

오늘 현충일…6·25 전몰군경유족부녀회 봉사활동

▲ 6·25 전몰군경유족회 호국부녀회 봉사단이 5일, 상이군경회 대구광역시지부 복지회관 식당에서 식기를 닦으며 급식봉사 준비를 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6·25 전몰군경유족회 호국부녀회 봉사단이 5일, 상이군경회 대구광역시지부 복지회관 식당에서 식기를 닦으며 급식봉사 준비를 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홀로 남겨진 채 자식조차 없이 사는 외로운 미망인들을 보면서 이들의 아픔을 잘 아는 우리가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전쟁이 끝난 지 50여 년,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6·25 전몰군경유족회 호국부녀회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아픔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지난 7년 동안 미망인들의 상처를 보듬어 왔다.

2000년 9월 호국부녀회를 만든 뒤 이듬해부터 자녀가 없는 전쟁 미망인 98명을 선정,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고통에 신음하는 미망인들의 집을 찾아 말벗과 설거지, 청소, 밑반찬 마련은 물론, 목욕과 간병, 병원 동행 등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 부녀회 회장인 김일선(56) 씨는 봉사활동을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지난 3월 계명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까지 땄다. 김 씨가 털어놓은 미망인들의 사연도 절절했다.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보호자가 없어 24시간 동안 응급실에 혼자 누워 있었다.'는 한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전화 번호를 건네준 일이 있어요. 한달 뒤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죠. 관절염 때문에 거동을 하지 못해 이틀동안 굶었다며 밥을 좀 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밥을 해주며 나오는 발길이 왜 그렇게 떨어지지 않던지…."

이들의 봉사는 미망인 방문에 그치지 않는다. 매달 한 차례씩 상이군경회 복지관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하고 있고, 어버이날마다 미망인들을 찾아다니며 카네이션도 달아준다. 앞으로 자원봉사활동을 군경 순직 유족까지로 넓히고 형편이 어려운 고아원을 찾아 봉사할 계획도 갖고 있다. 고아나 다름없이 자란 탓에 그 애틋함이 남들보다 더하기 때문.

김 씨도 52년 전 아버지의 전사통지서를 받은 뒤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온갖 질곡을 겪어온 터라 누구보다 이들의 현실을 잘 안다. 김 씨는 "부녀회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너댓 살 정도 밖에 안된 어린 아이였지만 충격적인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고 했다.

생존자들을 보며 먼저 떠난 아버지와 아버지의 목숨을 요구한 나라를 원망하다 이제야 마음을 다잡았다는 현정자(56) 씨. 누구보다 봉사활동에 열심인 현 씨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살아온 미망인들 대부분이 끝없는 가난과 질병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들이 함께 머물며 지낼 수 있는 공간이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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