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관위, 청와대 압력에 흔들려선 안돼

내일 나올 노무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판정이 권위를 가질지 걱정이다. 청와대는 어제 한나라당 고발에 맞서 "납득할 만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할 것"이라며 유례 없는 반론권까지 선관위에 요청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결론 나면 가만 안 있겠다는 의사표시며, 달리 말하면 자기들한테 손 들어달라고 대놓고 요구한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압박을 받은 선관위로서는 진퇴양난의 신세일 것이다. 아무리 평상심으로 위반 결정을 내렸다해도 압력에 굴복했다는 거센 비난에 휩싸일 판이며, 그 반대의 경우는 권력에 의해 헌법소원 제기라는 거북한 상황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판단으로 공정한 선거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독립적 헌법기관의 본령이 심대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오만한 권력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지난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이 '정당방위'이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고 우기고 있다.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한 반론이며, 대통령도 하나의 정치인으로서 발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궤변이다. 누가 들어도 특정 정당과 대선 주자들의 '집권 불가'를 명백하게 의도했다. 따질 것도 없이 '선거운동'이다. 공직자선거중립의무를 어긴 것이다. 공정한 대통령직 수행을 의심받는 좌충우돌 언행을 표현의 자유에 갖다 붙이는 것도 억지 소리다.

그 날 대통령이 어떤 목적에서 무슨 뜻으로 4시간 동안 열성 지지자들을 찾아가 특강을 했는지 모를 국민은 없다. 선관위라고 모르겠는가. 특강의 위법성은 3년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판정 때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다수 견해다. 선관위는 좌우 살필것도 없이 3년 전 당시의 자세를 이어가기 바란다. 선관위가 동요하면 민주주의가 후퇴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