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최종천 作 '없는 하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없는 하늘

최종천

새는 새장에 갇히자마자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새는

의미가 아니어도 노래했지만

의미가 있어야 노래한다

하늘과는 격리된 날개

낱알의 의미를 쪼아 보는 부리

새의 안은 의미로 가득하다

새는 무겁다

건강한 날개로도

날 수가 없게 되었다

주저앉은 하늘 아래에서

욕망을 지고 나르는

인간의 등이 휘어진다

날개가 있어도 날지 않는 새에게 하늘은 있으나마나한 하늘이다. 곧 '없는 하늘'이다. 도시에는 '없는 하늘'을 이고 사는 새들이 적지 않다. 그 목록 맨 앞에 올릴 수 있는 게 비둘기. 자본주의 심장부인 대도시에서 비둘기는 점점 닭이 되어가고 있다. 구룩구룩 기분 나쁜 울음을 쏟아내며 뒤룩뒤룩 걸어가는 무거운 몸집. 던져주는 모이를 쫓아 쉼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는 자본의 새.

먹이에 제 삶을 바친 새는 하늘이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새장에 갇힌 새와 다를 바 없다. 먹이가 새장인 셈이다. 먹이/새장에 갇힌 새는 그 무언가 '의미'가 있어야 날아오르고 노래한다.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를 꿈꿨던 갈매기 조나단 시걸. 젊은 날 읽었던 그의 꿈은 퇴색된 지 이미 오래. 토플 문제집 끼고 바쁘게 오가는 캠퍼스의 젊은이들 머릿속에도 꿈은 비집고 들어갈 자리 없으니―.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 문경시장 선거에서 신현국 무소속 후보와 김학홍 국민의힘 후보 간의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대구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형 뱀이 발견되어 소동이 일어난 가운데, 뱀은 화물칸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휘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의 최종 세부사항이 논의 중이며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