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할머니 사랑 깃든 모기장

앵앵앵.... 앵... 앵.. 요즘에는 5월부터 모기들이 설친답니다.

아파트 보일러실 같은 곳에는 겨울을 나는 모기도 있다고 하니 참.. 예전엔 처서만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던데, 이젠 그 말도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여름만 되면 장롱 안에 잠자던 모기장이 외출을 했는데, 모기향 성능이 좋아 그런지 모기장이 거의 사라진 듯 합니다. 어릴 적 워낙 모기에게 잘 물려서 내 별명이 '인간 모기향'이였습니다. 누구라도 내 옆에만 자면 모기에 물리지 않았기에 생긴 별명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여름이 시작되면 나를 위해 일찍 모기장을 손질해 꺼내 놓으셨고, 밤에 자다가도 모기장에 들어온 모기를 잡으며 선잠을 주무셨습니다.

지금도 장롱 아래에 할머니가 쓰시던 모기장이 있는데, 가끔 정리할 때 꺼내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요즘에 자주 볼 수 없는 모기장이라 더 그런가 봅니다.

내가 지금 할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듯 아이들도 커서 엄마의 정성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해 볼 것 같아 올해부터는 모기향은 조금만 키고, 모기장을 치고 여름을 나볼까 합니다.

차무성(대구시 북구 읍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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