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시간의 놀라운 발견·시간의 문화사

시간이 쏜살 같다고? 당신은 게으른 사람!

시간의 놀라운 발견/슈테판 클라인 지음/유영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시간의 문화사/앤서니 애브니 지음/최광열 옮김/북로드 펴냄

시간은 절대적이다. 나의 1초는 태초의 이브도 1초였고, 내 손자의 손자에게도 1초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예쁜 그녀와 만났을 때 시간은 왜 그리 빨리 가는 것일까? 지겨운 회사, 그곳의 1초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는데….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프'라는 영화가 있다. 첫 장면 36분을 컷 없이 한번에 찍었다. 그러나 아파트 창밖의 풍경을 바꿈으로 인해 관객은 엄청 길게 느껴진다. 히치콕은 익살스럽게 메트로놈(박자기)까지 등장시켜 관객을 비웃는다. 히치콕은 내면의 시간이 고무줄처럼 탄력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시간이란 무엇일까.

독일의 학술저널리스트인 슈테판 클라인은 '시간의 놀라운 발견'에서 "시간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하라."고 조언한다. 고무줄놀이를 하듯 시간감각을 조절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의 1년을 나에게는 2, 3년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억 속에서 시간감각은 정보의 양에 의해 재구성된다. 시간의 길이는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할수록, 변화를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느껴진다. 낯선 곳을 찾아갈 때가 올 때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것은 새로운 정보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인생에 대입해보자.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산전수전 다 겪었고, 또 새로운 것도 없으니 빨리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세월의 머리채를 끌어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만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시간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몸속의 생체시계, 마음속의 심리시계의 메커니즘을 통해 시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시간 사용설명서'이다.

뇌과학과 심리학, 생물학, 물리학 등의 다양한 연구와 실험에서 발견한 학술적 지식을 종횡무진 풀어내며 시간에 관한 갖가지 진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하루 중에서 섹스에 적당한 시간은 언제일까. 뇌와 시간의 은밀한 관계는? 도둑맞은 시간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 평범한 회사원이 뇌종양으로 비디오테이프를 빨리 돌리듯 시간이 질주하는 현상을 겪은 이유는?

시간에 대한 갖가지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일상의 물리적 시간과 신비로운 몸속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 시계탑의 시계와 스톱워치가 쓰임새가 다르듯 우리도 물리적 시간을 의식 속의 훈련으로 훨씬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간의 파도에 떠밀려 익사할 것인가, 아니면 수영을 배워 시간의 바다를 헤엄칠 것인가?"라고 서문에 쓰고 있다. 286쪽. 1만 3천 원.

'시간의 문화사: 달력, 시계 그리고 문명이야기'는 고대 문명과 천문학에 과한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이는 책이다.

'시간의 놀라운 발견'이 시간을 실용적으로 접근했다면 이 책은 인류가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탐구해 왔는지에 대해 인류학적 역사적으로 접근했다.

지은이는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인류학자로 서양과 중국 중남미(마야 잉카 아스테카 제국)의 시간에 대한 생각과 그 측정 방식의 특징을 면밀히 추적했다.

달력의 기능을 헤시오도스의 '노동의 나날' '신통기' 그리고 성서의 '창세기'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아울러 빙하시대의 뼛조각들과 스톤헨지, 수메르의 진흙 서판 등을 언급하며 옛 문명의 지혜와 달력 개혁의 역사, 서양 달력의 이면에 담긴 종교적 정치적 갈등과 음모, 인간이 희생됨으로써 시간의 흐름이 유지된다고 믿었던 중남미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576쪽. 2만 7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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