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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에세이] 때로는 솔로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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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진료를 마무리 하고 한숨 돌리려는데 모발팀장이 진료실로 들어온다. 품에는 두피테스트 결과지가 안겨져 있다."원장님, 이런 경우는 어떻하죠?"

그 옆에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고개 숙인 한 아가씨가 있었고 등 돌리고 옆에 서있는 화려한 꽃무늬 블라우스의 아줌마가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간혹 법률적인 문제나 분쟁의 소지가 있는 사례에서 나의 의학적 전문 지식이나 객관적인 판단을 요구 하면서 진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명쾌한 결론보다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으며 약간만 양보 하거나 배려하여 말 한마디로 해결되는 사소한 일이 많지만 감정이란 괴물이 개입하여 증폭된 경우가 많다.

사연은 이러하다.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했는데 정수리 부분에 모발이 많이 손상을 입었다. 사과를 요구 했다. 그런데 미용실에서는 우리는 과실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병원 가서 판결 받아보자 ' 대충 이런 내용인데 난감하기 그지없다. 두피 테스트 결과에는 두피는 손상이 없고 모발 몇 가닥이 손상을 입어 끊어진 소견은 보인다.

두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아이 하나를 두고 서로 제자식이라 주장하는 두 여인이 솔로몬을 바라보는 그 눈빛이다. "두피 테스트상 모발이 매우 약하네요." "저 머리카락 강해요" "원래는 건강한 모발인데 요즈음 스트레스 받는 일 있어요?" "최근에 집안에 일이 생겨..." 머리카락 몇 가닥 끊어져 그녀가 이렇게 예민해질 리가 없다. 꽃무늬 블라우스 아줌마를 내보낸 후 그녀가 파혼을 당한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수 있었고 나는 이런 심적 충격은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모발의 조그만 자극에도 손상이 올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날 퇴근시간이 30분이나 늦었지만 두 사람이 병원을 나설 때는 돌린 등을 나란히 맞대고 웃었다. 그녀의 머리 손질을 한번 공짜로 해주기로 했다며 블라우스 아줌마가 싱긋 미소 짓는다. 내가 퇴근이 늦어도 파혼 당한 그 아가씨가 상한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가?

정현주 (고운미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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