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재외국민 보호대책 늦었지만 잘된 일

26일 국무회의에서 위험 국가의 방문을 강제로 막는 여권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 피랍사건 직후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대책을 내놓은 후 3년이 지나서야 여권법이 개정된 것이다. 곧 시행될 이 개정안의 골자는 전쟁이나 내란, 재난 등이 발생한 위험국가의 방문을 국가가 강제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위험지역에 대해 여행 자제를 요청해도 국민이 불응할 경우 법적 제재수단이 없었다. 사고가 터지면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허둥대고 온 국민이 상처를 입고 낙심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만시지탄이지만 한 해 해외여행자수 1천만 명 시대를 맞아 재외국민보호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권고가 아니라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지역 방문 금지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재외국민보호책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이에 종사할 외교 인력을 확충하는 일도 시급하다.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과 네덜란드, 덴마크 등 국가들은 우리보다 5~10배나 많은 외교 인력이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외교 인력 33명이라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위험지역 방문 금지는 가능할지 모르나 체계적인 재외국민 보호업무 수행은 힘들다.

이번 개정안에는 외교통상부 산하에 여권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여행 위험 국가 및 지역을 지정, 고시하도록 되어 있다. 관련 정보가 국민들에게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영국 BBC나 일본 NHK 등 각국 공영방송의 사례를 참조해 해외안전정보를 실시간으로 홍보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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