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권이나 초기에는 개혁과 혁신을 앞세운다. 힘이 있어야 변화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民意(민의)와 어우러져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변화 속의 발전'으로 승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힘을 가진 자의 獨善(독선)으로 휘둘리게 되면 흥미 잃은 관중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하고 종내는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게 된다. 권력 말기에 국민은 '신뢰의 파탄'이라는 생채기를 가슴에 안고 또 고도(Godot)를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개혁 중에 가장 어려운 부문이 바로 政府(정부)부문이다. 힘을 가진 자의 '내부 개혁'인 만큼 솔선수범하기 쉽지 않다. 특히 정부부문은 언론 외에는 감시자가 별로 없고 가뜩이나 '파킨슨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라 어지간해서는 변화하기 어렵다.
영국의 정치학자 파킨슨은 공무원 조직이 비대해지는 데 대해 의문을 품었다. 1935년의 영국의 植民地(식민지) 경영이 한창 늘어날 때 식민 관련 행정직원은 372명이었다. 그런데 2차대전이 끝나고 식민지가 거의 없어진 1954년에는 관련 직원이 대폭 줄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천661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관리할 식민지가 줄어들었는데도 직원은 오히려 5배 늘어난 이 모순된 현실에서 파킨슨의 법칙은 태어났다.
이 파킨슨 법칙은 한국에 수입되자마자 마치 토종처럼 단번에 뿌리를 내렸다. 역대 정권 중에 '작은 정부'를 외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지금 공직부문은 부풀대로 부풀어 있지 않은가. 국민 세금이 뒤를 받쳐주니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정작 파킨슨 법칙의 본토인 유럽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최근 취임한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공무원 수는 줄이고 실업률은 낮추며 국가 부채는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총리 권한을 축소해 불문법 체계인 영국을 成文化(성문화)의 길로 이끄는 헌정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우리의 정치 환경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발언이라 가슴 뜨끔하다. 우리나라 위정자들도 초기에는 장밋빛 약속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건만 결과는 무엇인가. 이제 국민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하는 우리의 정치판에 준엄한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 기다림에 지친 국민이 개혁의 선봉에 나설 수밖에 없다. 슬픈 현실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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