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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홍영철 作 '그러면 아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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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아프잖아요

홍영철

아버지, 때리지 마세요

그러면 아프잖아요

미워하지 마세요

그러면 아프잖아요

불쌍히 여기지 마세요

그러면 아프잖아요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

그러면 아프잖아요

왜 그러느냐고 나무라지 마세요

그러면 아프잖아요

아버지, 그런 눈으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외롭잖아요, 괴롭잖아요, 슬프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오늘을 지내고 또 오늘을 지내면

그게 평화 아닌가요

그러니 아버지,

야단치지 마세요, 겁주지 마세요

그러면 상처받잖아요

작아지잖아요

자꾸 작아지면 없어질지도 모르잖아요

단돈 2만 원 때문에 열다섯 소녀가 주먹으로 맞아죽었다. 아무 죄 없이 노숙자들한테 끌려가 몰매를 맞아 죽었다.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난 노숙 소녀 사건이다. 열다섯 살, 채 꽃봉오리 열어보지도 못하고 무참하게 꺾여버렸다. 누가 그 소녀를 거리로 내몰았는가. 누가 그 소녀를 역전 광장의 비둘기 무리 속으로 몰아넣었는가.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나무라지 말자. 그러면 안 된다. 그러면 당신의 자식들은 외롭고 괴롭고 슬퍼진다. 상처를 받는다. 그러면 자꾸 작아지고 마침내 없어질지도 모른다. 아무 탈 없이 살아있기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오늘을 지내고 또 오늘을 지내면 그게 평화가 아닌가. 다시 환기하거니와 우리의 자식들을 아프게 하지 말자.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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