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병원회는 6월에 대구시의사회, 대구시와 함께 지역 환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공동 홍보 전략을 마련했다. 환자 유출이 당장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했던 것이다. 환자 유출 혹은 서울 초대형병원의 지방 공세는 지역 의료계 나아가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의료계는 어떤 대책을 세워놓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어떤 의견을 내놓고 있을까?
◆환자 유출 가속화는 의료 수준 저하
지역의 암 환자가 서울로 많이 빠져나갈수록 지역 병원의 암 치료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은 진료, 교육, 연구 등 세 가지 역할을 해야 하는 곳. 중증 환자가 줄어든다면 치료 경험을 쌓을 수 없고, 이에 따라 의학 교육과 연구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최근 간 이식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지만 사례가 많지는 않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간 이식에 있어선 환자들이 서울의 모 병원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적다 보니 전문의 양성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A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서울의 유명 병원에는 전국에서 중증 환자들이 몰려들다 보니 치료 경험이 많이 쌓이고 전공의들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된다."며 "이 때문에 지방의 대학병원들은 환자에 이어서 우수한 인재도 서울에 뺏기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고 했다. 실제 대구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들 가운데 인턴과 전문의 과정을 서울에서 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의사국가고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졸업생들이 더 그렇다.
◆지역 의료계 '더 이상의 유출 막자' 대응 나서
대구경북병원회와 대구시는 내년 4월까지 2억 원의 사업비를 마련해 대구 의료기관 공동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시민들에게 대구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자는 취지이다. 우선 대구의 의료서비스 및 환경에 대한 시민만족도 조사를 두 차례 할 계획이다. 처음 조사한 결과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각 병원별로 개선해 다시 만족도 조사를 해서 그 성적을 매기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노력을 널리 알리고 책임감을 갖고 추진하기 위해 10월쯤 '건강도시 대구' 슬로건 선포식과 시민 건강걷기 대회를 연다. 또 병원회 주관으로 병원 직원들의 친절교육을 하고 의원과 의사를 대상으로 공동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불만이 높은 응급의료의 시스템도 개선할 계획이다. 대학병원은 물론 중소병원들까지 실시간으로 전문의 상황을 파악해 자신의 병원에 수술이나 진단을 할 전문의가 없으면 바로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체제를 마련하겠다는 것.
부산은 좀더 조직적이고 적극적이다. 이미 5월에 부산권의료협의회란 별도 단체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부산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과 부산시의사회, 부산병원협회는 물론 치과의사회, 약사회, 의약품도매업협회, 부산시, 부산시관광협회, 부산일보사까지 사회 각 분야가 동참하고 있다. 협의회는 환자의 서울 유출을 줄이는 방안 이외에도 의료관광특구, 의료테마거리 조성 등의 발전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병원 간 전략적 제휴와 특성화 필요
황진복(소아과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홍보실장은 "대학병원들부터 공동 홍보, 교육 및 연구의 연계를 시작으로 해서 고가의 의료장비를 공유하는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초대형병원에 비해 규모와 자본력이 취약한 대구의 병원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선 필요한 전략이다. 서울엔 대구에서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고가 의료장비들이 있다. 첨단장비 도입 경쟁에서 서울을 이길 순 없다. 대구의 5개 대형병원 모두 PET-CT를 보유하고 있는데, 같은 장비를 경쟁적으로 도입할 것이 아니라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비싼 장비를 병원별로 하나씩 갖추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사협정이라도 맺어 A대학병원이 로봇 수술 장비를 도입했다면 B병원은 사이버나이프(수술 장비)를 사자는 것이다.
병원별 특성화도 필요하다. 대학병원, 종합병원이라고 해서 모든 분야를 다 잘 할 수 없다.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아산병원 역시 모든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병원들도 같은 진료권역 안에서 같은 질병의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 아니라 국내 최고라고 내세울 수 있는 저마다 차별화된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대구경북 의료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구·경북지역 전체의 보건의료자원의 활용이라는 거시적 효율성 면에서 보면 현재의 자원 활용은 경쟁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추세에 대응력을 갖지 못한다."며 "국내 최고의 진료 수준을 만든다는 목표로 지역 의료계가 보다 큰 틀에서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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