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최고의 학습 장애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잠'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잠을 줄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라는 잘못된 믿음이 최대의 학습 장애 요인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4당5락'이란 말은 사실이 아니다. '6당5락'이 더 맞다. 4시간 자면 반드시 떨어지고 5시간 자도 위험하다. 적어도 6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 시험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미국 브라운 대학 연구진이 잘못된 수면 습관이 미국의 10대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연구를 주도한 크롤리 교수는 '10대들의 주말 늦잠은 여객기를 타지 않고도 자신의 신체에 시차를 주게 된다. 이 때문에 생기는 주초의 피로가 수업 능력을 떨어지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이 한국 학생들에겐 학창시절 내내 지속된다.
고교생 대부분이 자정 이후에 잠자리에 든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새벽 한두 시를 넘긴다. 문제는 하루 일과가 오전 8시경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취침 시간과는 상관없이 아침 6시 전후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일 년 내내 네다섯 시간만 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늦게 자면서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대부분 학생은 오후가 되어야 정신이 맑아지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어떤 학생이 언어와 수리 영역에서 평소 혼자서는 다 풀 수 있는 문제를 실제 시험에서는 자주 틀린다며 상담하러 왔다. 원인은 '야행성 생활'이었다. 컨디션이 좋은 밤에는 다 풀 수 있는데 정신이 혼미한 오전에는 정상적인 힘을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학생 개개인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수능시험은 오전 8시 40분에 1교시가 시작된다. 이 학생의 경우 오전 시간대에는 문장을 읽어도 요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10시 30분에 시작되는 수학 시간에도 고도의 사고력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어 아는 문제도 틀리는 것이다.
크롤리 교수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9시간 이상 자야 한다고 말한다. 푹 자야 수업시간에 긴장감을 유지하며 집중할 수 있다. 수능 시험이 다가올수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오전에 맑은 정신이 유지되게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수험생활의 적은 잠이 아니다. 잠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이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삶과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자녀 교육으로 인한 온 가족의 야행성 생활은 학교와 직장에서 학습과 일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제시간에 잠자기' 범국민운동을 생각해 볼 때다.
(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