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4일 쉬는 토요일, 아이들이 하나 둘 학교로 온다. 논술반은 4반(인문반 2반, 수리반 2반), 각 반은 15명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이 통합교과논술반 첫 수업이다. 아이들은 각각 지정된 교실로 들어간다. 교무실에서는 수업을 담당한 네 사람의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에 한창이다. 프린트한 자료를 나누고 어떻게 수업할 것인가에 대해 마지막 의견을 나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준비한 자료들이다. 매일 만나서 수업할 내용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힘들다던 선생님들도 첫 수업에 대단히 고무된 표정이다. 9시부터 수업 첫 차시가 시작된다. 4차시로 구성되어 있고 각 차시는 90분이다.
1반(인문반)은 1, 2학년 아이들이 섞여 있다. 오늘 함께 고민할 문제는 '양극화 현상과 그 해결 방안'이다. 선생님(국어 담당)이 아이들에게 읽기 자료를 배부한다. 읽기 자료는 프랑스 시 한 편(자료1)과 일본 시 한 편(자료2), 그리고 국어 교과서에 실린 이곡의 '차마설'(자료3), 피천득의 '은전 한 닢(자료4)', 법정 스님의 '무소유(자료5)'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읽고 내용을 분석하도록 시킨다. 2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 아이들에게 자신이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게 한다. 토론의 방식은 찬반논쟁보다는 자유토론으로 한다. 아이들은 먼저 발표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생님은 기다린다. 침묵의 시간이 자꾸 흐른다. 그때 영희가 나선다. "선생님, 시가 너무 어려워요. 힌트 좀 줘요." 한다. 선생님이 말한다. "이번 주제가 뭔지는 알지? 소유와 분배, 양극화 문제가 아니니? 그런 기준에서 생각해 봐." 수희가 나섰다. "을 보면 자신이 꽃 한 송이를 뽑아낸다고 했잖아요. 거기에 비해 는 그냥 지켜본다고 했어요. 그게 차이가 아닐까요?" 민재가 나선다. "맞아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소유한다는 것, 그리고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 는 흔히 우리나라 사대부들이 지닌 자연관과 통하는 것 같아요." 이제 토론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2반(인문반)은 역시 1, 2학년 합반이다. 선생님(사회 담당)이 9시에 역시 읽기 자료를 배부한다. 읽기 자료는 양극화와 관련된 경제 교과서 일부분(자료6), 신문 보도 일부분(자료7), 시사 매거진 집중 분석 일부분(자료8), FTA 관련 분석 자료(자료9)이다. 방법은 1반과 같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용어는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단순하게 양극화 관련 문제점을 토론하던 아이들은 FTA 관련 내용에서는 극명하게 의견이 나뉜다.
3반(수리반)은 1학년 학생들이다. 수리반 주제는 '에너지 대란과 대체 에너지 개발'이다. 수리영역은 1, 2학년의 수준의 차이로 인해 합반하지는 못했다. 선생님(수학 담당)이 등차수열, 조화수열, 등비수열에 대한 자료를 나누어준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풀게 한 다음 자신의 방식을 칠판에 나와서 설명하게 한다. 1학년 아이들은 다소 어려워하는 눈치다. 선생님은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가서 친절하게 의견을 나눈다.
4반(수리반)은 2학년 학생들이다. 선생님(물리 담당)이 에너지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배부한다. 지구에 다가올 수 있는 에너지 대란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대체 에너지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토론의 열기는 나머지 반보다 더욱 높은 편이다.
1차시가 끝나면 아이들은 20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2차시는 동일한 방법으로 선생님만 바뀐다. 점심시간 이후 3차시는 글쓰기 시간이다. 선생님이 5개 정도의 논제가 담긴 문제지를 배부한다. 아이들은 글쓰기를 시작한다. 각 논제는 300자, 또는 400자 정도이고 마지막 문제는 통합문항으로 1천200자 정도의 분량이다.
4차시는 첨삭 및 종합토론 시간이다. 1,2반은 인문반, 3,4반은 수리반으로 모두 모여서 진행한다. 먼저 친구가 쓴 글을 서로 돌려가면서 읽는다. 미진한 부분이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서로 의견을 나누고 더 어려운 부분은 2명의 선생님께 질문을 한다. 90분으로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고 5시가 넘는다. 아이들에게 작성한 논술문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도록 안내하고 수업이 끝났다. 물론 홈페이지에 올린 논술문은 선생님들이 댓글을 통해 간단하게 첨삭을 해준다. 그날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아이들이 올린 논술문은 물론 수업을 준비해주신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의 글로 가득했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팀)
논술은 어떤 상황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력, 논리력, 이해 분석력, 표현력 등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대답은 단지 이론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접근하면 논술은 출제자가 요구하는 논제에 대한 답을 기술하는 글쓰기 양식이다. 논제의 기본적인 전제는 제시문에 담겨 있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도 논제 분석만큼이나 중요하다. 통합교과논술에서는 논제와 제시문 파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다음주부터 이 코너에서 논제 분석의 방법과 함께 제시문 파악을 위한 전략적 글읽기의 실제적인 예를 제시한다. 분석에 사용되는 자료는 '대구통합교과논술중앙카페(cafe.naver.com/tgnonsul)'게시판에 게시한다.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