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신천주공 지하정화조 붕괴…지반 폭삭

아파트 폐정화조 관리 '비상'

23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신천주공아파트 1단지의 지상주차장이 내려앉았다. 경찰은 사고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2차 사고를 대비해 주민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박노익기자noik@msnet.co.kr
23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신천주공아파트 1단지의 지상주차장이 내려앉았다. 경찰은 사고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2차 사고를 대비해 주민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박노익기자noik@msnet.co.kr

아파트의 폐쇄 정화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화조 관리비 부담 등으로 1980년대~90년대까지 오수관을 따로 설치하고 기존 정화조를 폐쇄해 둔 아파트가 많지만 유지·보수 없이 장기간 방치돼 붕괴 또는 폭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

23일 오후 8시 2분쯤 대구 동구 신천동 신천주공아파트 1단지 102동과 103동 사이의 지상 주차장(가로, 세로 각각 20m 가량)이 1.5~2m 가량 무너져 내리면서 이 곳에 주차돼 있던 차량과 자전거 등이 부서지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구청 및 아파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붕괴된 이 주차장 아래에는 10년 동안 쓰지 않던 지하 오폐수 정화조가 있었고, 사고 원인은 정화조 바닥과 지상을 지지하던 철근·콘크리트 기둥시설 등이 낡아 지반이 침하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 출동한 경찰 및 소방관계자들은 정화조 뚜껑이 열려진데 대해 가스 폭발 등으로 추정했으나 유독가스는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 아파트 관리소장은 "5개 월 전 이 정화조를 지하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대표 6명과 함께 들어가봤는데 깨끗하고 냄새도 전혀 없는 등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며 "주차장과 땅 사이에 쓰지 않는 정화조가 있고 낡았기 때문에 지반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서 한 관계자는 "인근 유리창 파손이나 녹지대 훼손이 없고, 유독가스검지기측정 결과 외부 공기와 지하 공기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며 "가스폭발보다는 지반 침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소방서 측에 따르면 당시 지하 정화조의 산소농도는 20.8%로 일반 공기 중 산소농도인 21%, 질소 78%, 기타 1%와 큰 차이가 없었다.

동구청 환경청소과 관계자도 "가스 폭발이라면 원인물질과 촉매제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좀 더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및 소방서, 구청 등은 정화조 철제 뚜껑이 날아가 차량을 덮쳤다는 일부 목격자들의 말에 따라 가스 폭발 등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아파트처럼 장기간 폐쇄된 정화조가 대구 시내 곳곳에 산재해 비슷한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987년 준공된 신천주공아파트는 1997년 신천하수종말처리장이 완공되면서 정화조를 청소하고 폐쇄한 뒤 종말처리장과 직접 연결한 오수관을 별도 설치해 배수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1980년대~90년대 말까지 도심 하천에 오수관을 연결하는 공사가 거의 끝났고 공사 이전에 지어진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정화조를 폐쇄하고 이 오수관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와 구·군청은 정화조를 폐쇄한 아파트들이 얼마나 되는지, 폐쇄 시기는 어느 정도 되는지 별다른 통계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구·군청 담당들은 "한번 폐쇄한 정화조는 유지·보수나 관리 감독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노후화에 따른 붕괴나 남아 있던 소량의 가스가 팽창·폭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