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72)에다 돈도 조직도 없이 뒤늦게 올 대선 판에 뛰어든 6선의 조순형 의원.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처럼 할 말은 조근조근 뼈 있게 지적하는 스타일로 대중적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때문인지 대선 출마선언을 하자마자 범여권 주자들 중 여론지지도 2, 3위로 급부상, 당세 위축으로 어려움에 처한 민주당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뒤늦게 대선 출마선언을 하게 된 계기는.
▶출마 권유는 지난해부터 간간이 받았다. 국회의원 6선, 25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좋은 국회의원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아주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민주당의 존재이유도 독자적인 대선주자 확보에 있기 때문에 출마하게 됐다.
-출마와 동시에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본인 경쟁력은.
▶(높은 지지율이) 과분하다고 생각된다. 출마사실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활동도 안 했는데…. 그동안 조순형이라는 한 정치인의 인생과 의정생활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여긴다. 경쟁력이라면 20여년간 국회의원을 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경험·지식을 쌓아 사안에 대한 판단력,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관용과 포용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에 대해.
▶궁극적으로 나쁘지 않다. 제가 옳다고 확신하는 부분에 대해 이것저것 구애받지 않는다. 때로 발언 때문에 손해나 불이익을 볼 수 있지만 그런 것 생각 안 하고 말한다. 참여정부 초기 인수위에 '쓴소리'를 심하게 했더니 그 이후로 그 별명이 붙었다. 듣기 싫은 쓴소리만 계속하니 평론가적 정치인이란 비판을 들어 억울한 면도 적잖다.
-대통합민주신당에는 절대 합류하지 않는가. 향후 후보단일화는 할건가.
▶민주당은 독자노선을 갈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불가 요구를 대통합신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분과 원칙이 있는 대통합을 지향해야 한다. 민주당 후보가 되면 단일화는 생각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과정과 같은 국민들의 요구가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뒤 총선에서 낙선했는데.
▶당시 옳은 일을 했다는 확신엔 변함없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려는 데 대해 법이 정해진 절차 안에서 탄핵을 했다. 대통령의 헌법준수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정치하면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때와 자랑스러웠던 때는.
▶가장 후회스러웠던 때는 1987년 6·10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쟁취해 군사정권을 종식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할 때가 왔음에도 양 김씨(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가 후보 단일화를 못해 민주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것이었다. 가장 뿌듯했던 기억은 김영삼 정부 때 당시 법사위에서 특별법안을 마련해 광주민주화항쟁의 제자리를 찾게 하고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를 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노무현 대통령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 '정치와 연을 끊고 조용히 지내는 게 맞다.'고 여지없이 쓴소리를 했다. 전직 대통령의 정치 불개입 관행이 정착돼 가고 있는데 DJ가 정치에 직접 개입, 논란의 표적이 된 게 안타깝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나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처럼 국제사회에 더 관심을 갖는게 맞다. 특정 정파에 치우친 발언도 삼가야 하고 대선주자들을 만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국정을 평가하면 실패라고 보지만 공도 없지 않다. 탈권위주의 등에서는 기여한 측면이 크지만 대통령의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
-나이도 많고 돈도 조직도 없는데 극복방안은.
▶묘책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 국회 각종 회의에도 거의 100% 출석했다. 돈, 조직은 노력해야겠지만 극복해야 할 선거관행이다. 이젠 돈 가지고 좌우되지는 않더라. 선거도 깨끗해졌고 풍토도 많이 좋아졌다. 혹시 실패해도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출마선언 후 대구를 먼저 갈까 생각도 했는데, 당에서 워낙 어렵다고 해 광주·목포부터 방문했다. 대구는 선친 조병옥 박사가 지역구 의원으로 있던 곳이자, 제가 지난 총선에서 출마한 곳이기도 해 '제2의 고향'이다. 대구가 저를 당선시켜주지 못했지만 잘 대해주셨고 잊지 못한다. 현재 기본적인 10개 정도 공약을 구상 중이며, 지역과 관련된 공약은 더 구체화시켜야 한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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