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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의 펀펀야구] 준비운동 신봉자 '박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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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장갑 조이고 ②땅 파고 ③헬멧 냄새 맡고 ④배트 확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이지만 무한한 힘을 가진 단어들이 있다. 이 단어들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승화해 엄청난 위력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삶의 원천이며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사랑이나 믿음이란 단어 또한 그렇다.

배트를 옆구리에 끼고 양손의 배팅장갑을 다시 조이면서 박한이는 타석에 들어선다. 그리고는 연신 왼발로 땅을 판다. 고정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다 끝났는가 싶은데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며 헬맷을 벗는다. 슬쩍 냄새를 맡고는 재빨리 덮어쓴다. 이제 배트를 쥐어 홈플레이트 앞쪽으로 선을 긋는다. 그리곤 배트를 세워 마주하면서 배트에 새겨진 마크를 본다. 비로소 타격자세를 잡고 엉덩이를 가볍게 한 두 번 털고는 포수를 힐끔 쳐다본다.

이렇게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6, 7초 정도다. 투수가 던지는 매 투구마다 박한이는 이 동작을 되풀이한다. 매번 이러니 기다리는 심판이나 상대 선수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러나 박한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규칙적으로 자기 할 일을 한다.

아마추어 시절에 이렇게 하면서 결과가 좋았던 기억을 따라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습관이지만 이제는 생략할 수 없는 엄숙한 의식(儀式)처럼 되어 버렸다. 과거 이만수 선수가 대기타석에서 무릎을 꿇고 십자가를 긋듯이 박한이에게도 이러한 과정은 믿음이며 신앙이 돼 버린 것이다.

2001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하자마자 1, 2번을 번갈아 치면서 주전으로 활약한 박한이는 첫 해부터 교타자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늘 그의 목표는 최다안타를 기록하는 것이었고 2003년엔 그 목표를 이뤄 상도 수상했다.

이후 해마다 최다안타 부문 10위권내에 머물면서 지금까지 7년동안 기록한 안타수는 모두 963개. 이 추세라면 양준혁이 기록한 15시즌 2천 안타 수립기록을 갱신할 유일한 선수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결과의 원천이 언제나 변함없는 타석 전의 준비 의식에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니 결코 나무랄 일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얼굴이 다소 각이 져 표정이 무심하고 엄해 보이지만 박한이는 여리고 순한 성격이다. 스스로에게 주문하듯 이러한 준비 과정을 통해 마음 속의 짐을 덜고 보다 편안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양준혁은 오랜 룸메이트인 박한이에게 여자를 소개했다. 심성이 여린 박한이가 사귀는 여자가 없다는 걸 알고는 의지할 만한 상대를 찾아 준 것. 그 여자 친구가 바로 드라마 주몽에 출연했던 동갑내기 조명진 씨다. 이들은 박한이가 FA 자격을 얻는 내후년에 결혼할 계획이란다.

앞으로는 타석에서의 독특한 준비 자세가 아니라 사랑의 힘으로 그의 꿈인 한 시즌 200안타 기록을 이뤄내는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를 일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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