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딸아이 원룸에서 열대야 첫경험 나름대로 행복

딸아이가 얻은 원룸에서 짐 정리를 위하여 남편과 아들이 함께 경남 진주로 가는데 라디오에서 경남 합천의 온도가 36.5℃라고 전했다.

덥다는 소식을 남의 이야기로 지나쳐 듣고 진주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쯤이었다. 딸아이가 얻은 원룸은 3층 건물에 3층이었다.

방안의 구조가 출입문과 마주보는 곳에 작은 창문이 있어서 맞바람이 칠 수 있는 구조는 되어 있어도 방충망이 없는 현관문을 열기에는 모기가 무서워 열 수도 없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땀이 그냥 주룩주룩 흘러내려 숨이 막혔다.

가족들은 시원한 맥주와 간식거리를 가지고 방밖으로 나가서 여유 공간에 신문지를 깔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간은 흘러 졸음이 오기 시작하자 한증막 같은 방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닿지 않도록 누워 더위와 싸우며 잠을 청했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동안 뉴스로만 듣던 열대야란 것을 우리 가족이 겪는 행운을 잡은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경북에서도 가장 오지라고 하는 봉화인지라 열대야라고 언론이 한목소리를 내도 남의 일 정도로 여유를 부렸던 우리가 아닌가! 때아닌 한증막 속에서 나는 사실 끙끙 앓고 있었다. 그날, 열대야의 경험은 말로만 듣던 단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나름대로 행복했던 밤이었다.

김순교(봉화군 봉화읍 삼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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