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키라 맡긴 지갑 제 배에 넣겠다니

전국 시'군'구의원들이 힘을 합쳐 자신들의 봉급 인상에 나섰다고 한다. 전국 의장협의회가 목표액수까지 제시하는 독려 문서를 돌리는가 하면, 몇몇 기초의회는 이미 행동 단계에 접어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구 15만 명 미만 지방은 3천776만∼6천497만 원, 그 이상은 4천770만∼7천100만 원으로 해야한다고 했다. 현재의 기초의원 연봉이 전국 평균 2천776만 원(최소 1천920만 원, 최다 3천804만 원)이니 내년부터는 그것의 두 배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말이다. 지방의원직 유급화 때 무산됐던 '부군수'부시장'부구청장 수준 연봉'을 기어코 성취해 내겠노라 다시 달려든 모양새다.

유급화 겨우 일 년 만에 이런 일을 벌이니 놀랍고 당혹스럽다. 지방의원은 지방 살림을 잘 챙기고 지방재정을 잘 지키라고 뽑아 보내 둔 대리인들일진대, 그들이 되레 앞장서 맡겨진 지갑으로 제 배를 불리려는 것 같아 배신감이 작잖다. 그것도 물가 상승폭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배 이상 올리겠다니 갈수록 살기 어려워져 애태우는 서민들을 희롱하는 느낌마저 받게 할 지경이다. 명목상으로나마 무보수 봉사 명예직으로까지 격을 높여 설정했던 지방의원 자리가 결국 이런 수준의 것으로 판명되는 것이 거듭 절망스럽다. 누구 없이 정부 재정을 곁눈질하고, 공금은 먼저 보는 자가 임자라는 식의 빼먹기 경쟁을 노골화하는 것 같아 무엇보다 두렵다.

행정자치부가 제동 걸고 나섰다고 한다. 비판 여론에 밀리면 기초의회 의장협의회가 먼저 이번 시도를 잠시 중단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미봉해 좋을 일이 아니다. 이 참에 제도와 법률에 부족한 게 무엇인지 살펴 시스템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 어쩌면 지방의회 자율에 맡겨놓은 연봉 책정권 자체의 회수부터 검토해야 마땅할지 모를 마당이다. 그들이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연봉 책정상의 몇몇 준칙들마저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의정비 적정성 심의 기구 구성권까지 독점하겠노라 한 걸음 더 나아가기도 했다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것이 지방의원 비리 소식이다. 정말 이 꼴로 지속돼 좋을 것인지 한탄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지방자치는 놔 둬서 어디에 쓸 것인지 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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