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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다이 요코 作 '개를 부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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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끼고

당신의 눈동자를 발견한 개

개는

당신에게 다가가려고 걷기 시작하여

강 깊은 곳에 다리를 빠뜨렸다

비가 그친 강

급류에 빠져

개가 떠내려간다

개를 부른 것은 분명 당신이었다

당신을 향해 걷기 시작한 것을

당신도 알고 있다

당신은 구두를 내던지고

강으로 내달린다

헐떡거리며 당신을 찾는

비쩍 마른 개를 구하려고

개는 필사적으로 바위에 매달려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다

당신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는 급류로

안타깝게 손만 뻗어 휘젓고 있다

"강가로 돌아가라"

괴로운 듯 외치는 당신

뒤돌아갈 수 없는 개는

당신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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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함부로 눈길을 줄 수 있겠는가. 개는 물론 새에도, 꽃에도, 바위에도 쉽사리 마음을 줘서는 안 된다. 목화솜처럼 탐스런 흰 구름에게 눈길을 줬다가 혼이 난 이를 나는 안다. 밤마다 구름이 찾아와 엉겨 붙는 통에 한동안 수면제만 먹고 살았다는 이. '죽는 꼴 보기 싫어/개도 금붕어도 안 키우는' 현명한 시인도 있다지만, 어리석은 우리의 눈길은 벌건 사랑의 상처 채 아물기도 전에 벌써 두리번두리번 입맛을 다시고 있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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