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반핵운동가 나가이 박사 기린 '나가사키의 종은…' 번역출간

"이 땅에 전쟁없는 세상을 꿈꾸며…"

▲ 나가사키 원폭 투하 후 병상에 누운 나가이 박사(중간)와 아들 마코토(왼쪽), 딸 가야노의 옛모습.
▲ 나가사키 원폭 투하 후 병상에 누운 나가이 박사(중간)와 아들 마코토(왼쪽), 딸 가야노의 옛모습.

"인류의 평화와 사랑과 일치에 기여하기 위해 나가이 다카시 박사와 그가 남긴 오누이의 삶의 기록을 되새겨 봅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이문희 대주교가 '나가사키의 종은 미소 짓는다'(대건인쇄출판사)란 책을 한국여기회의 이름으로 번역 출간하면서 반전 반핵을 온몸으로 부르짖었던 일본의 나가이 다카시(永井隆) 박사와 그의 사상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된 여기회(如己會)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나가사키의 종은 미소짓는다'는 나가이 박사의 아들 나가이 마코토(永井誠一)가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투병생활 가운데서 보여준 아버지의 평화를 위한 노력 등을 모아 정리한 책. 다시는 전쟁과 원자폭탄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제2차 세계대전 후 감동의 명작 '나가사키(長崎)의 종'의 작가인 나가이 다카시 박사. 그는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 원폭으로 부인을 잃고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다가 어린 남매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핵물리학자였다.

원폭으로 폐허가 된 집터에 움막을 짓고 여기애인(如己愛人·남을 자신처럼 사랑하라)을 몸소 실천한 나가이 박사는 '반전 평화운동'을 호소하며 여생을 마쳤다. 그후 그가 거주하던 집은 여기당(如己堂)이란 이름으로 보전되고 있고, 그의 삶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여기회가 설립되었다. 2004년에 대구에도 여기회가 생겼다.

나가사키 여기회와 대구 천주교계는 각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이문희 대주교가 펴낸 '사랑으로 부르는 평화의 노래'란 책을 통해 지역 사회에도 널리 알려진 나가이 박사와 여기회는 사랑과 평화를 위한 한일교류로 이어졌고, 지난해 여름에는 대구에서 나가이 박사의 딸 가야노(66) 씨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천주교계의 기원은 이렇게 또 이어지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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