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어촌 '작은 학교' 살리자"

통·폐합 정책 교육현장 황폐화 가속…지역실정 맞게 운용을

저출산과 이농현상 심화에 따른 학생 수 감소, 무리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등으로 인해 농어촌 교육 현장이 황폐화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 수 감소가 폐교와 이농으로 이어지는 농어촌 학교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통·폐합 일변도에서 벗어나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리는 정책을 마련하고 통·폐합 기준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통·폐합이 대세(?)

경북도 교육청은 올들어 100명 미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도교육청은 2007년 현재 39만 3천141명인 도내 학생수가 2012년에는 36만 7천837명으로 6%(2만 5천304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초등학생은 현재 19만 6천228명에서 2012년 16만 7천20명으로 15%(2만 9천208명)나 줄어든다는 것. 이에 따라 2005년 8개교, 2006년 7개교, 2007년 27개교를 폐교한 데 이어 2008년 39개교, 2009년 46개교 폐교를 목표로 통·폐합을 추진중이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 학생 1인당 교육경비가 도시 학생들의 최고 10배에 이르는 등 교육재정 비효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학부모,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 때문에 내년도 목표 달성은 상당히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정책 추진, 반대만 거세

전교생 25명(4개 학급)인 청도 남성현초교. 지난 4월부터 인근 초등학교와 통합수업까지 진행하며 모교 살리기에 안간힘을 썼던 이 학교는 사실상 폐교 대상에서 제외되게 됐다. 통·폐합을 위해서는 학부모 50%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지난달 말 열린 설명회에서 학부모 전부가 폐교에 반대표를 던진 것. 수년에 걸친 학교 숲가꾸기로 교정이 아름답게 가꿔져 있을 뿐 아니라 교사당 학생수가 작은 점이 오히려 장점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학교 측은 "오히려 여름방학을 앞두고 4, 5명의 경산시내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라며 전학 문의를 해왔고 그중 2명이 실제 전학을 왔다."며 "소규모 학교라고 해서 수업 질이 낮다거나 환경이 열악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내 또 다른 초등학교는 학부모회의, 동창회에서 폐교를 반대했지만 교육청이 학교를 방문해 다시 공청회를 연 끝에 6대4의 근소한 차로 내년도 통·폐합이 합의됐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어차피 폐교될 학교라며 통합버스, 급식비를 지원하겠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 학부모는 "심지어 하숙비까지 지원한다고 하지만 어느 학부모가 초등학생 자녀를 하숙시키겠나."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학교 살리는 정책을 하자

한 초등학교 교장은 "소규모 학교라 하더라도 40~50명 정도의 학생만 있으면 복식수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교육청에서 100명 미만으로 통·폐합 기준을 획일적으로 정하다 보니 성과위주 정책으로 흐르는 면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작은 학교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지원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높다. 정진화 전교조위원장은 "황폐화된 농·어촌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통·폐합을 할 것이 아니라 이들 학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농어촌 교육 지원 특별법을 통해 작은 학교 살리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개발원도 2005년 발표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 지원사업 논문'에서 "학교시설 확충, 원어민 외국어 교사 채용 등 소규모 학교살리기 사업이 진행된 학교는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80%로 압도적이었다."며 "시·군이 최소 교육경비를 확보하도록 이끌고 시·군 예산에 일정 비율을 교육경비로 의무적으로 반영케 하는 등 도 단위 재원 마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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