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 野후보 고소는 3류 정치다

청와대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명예훼손혐의로 오늘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시킨다고 한다. 같은 당 이재오, 안상수, 박계동 의원 3명도 함께 고소한다는 것이다. 별일도 다 있다 싶다. 역대 어느 정권도 대통령 선거에서 오가는 정치적 공방을 형사사건으로 끌어내린 전례가 없다. 당장 야당으로부터 황당한 대선 개입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러 차례 이 후보를 비난한 것으로는 성이 안 찼던 모양이다. 노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고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발언했었다. 그러다 선거법 위반 경고를 받았다. 따라서 선거법 위반 시비를 피하면서 대선에 끼어들 길을 야당 후보 고소라는 3류 수법에서 찾아낸 게 아닌가 싶다.

이 후보가 "권력 중심세력이 야당 후보 뒷조사를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있다"고 한 말을 고소 이유로 삼은 것부터 그런 의심을 갖게 한다. 이 후보는 국정원, 국세청, 수자원공사,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교통연구원 등으로부터 뒷조사를 당했다. 그 사실만으로 얼마든지 정권을 비난할 수 있다. 대선 기간 정권의 중립 이탈을 우려하는 야당 후보의 방어행위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대선 기간에 맞춰 이 후보 사생활과 공약을 여러 기관이 나서 들춘 데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청와대의 고소 소동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주자들조차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자신이 1위를 한 예비경선 날에 고소 방침을 발표해 재를 뿌렸다고 비난했다. 정동영 후보 역시 못마땅해했다. 노 대통령이 등 돌린 두 사람 모두 친노 후보 지원을 위한 음모로 여기는 눈치 같기도 하다.

정치는 정치로 풀 일이다. 검찰에 기대어 네거티브 재미라도 볼 셈이 아니라면 고소장을 찢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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