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조건/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이수연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 경쟁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절박감은 비방, 중상모략, 패자에 대한 응징과 배제라는 악습이 선거판에서 춤추게 한다. 또 어떤 이는 이것이야말로 정치의 근본적인 속성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최고의 권력을 꿈꾸는, 특히 현재의 객관적 조건 아래에서 당선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한 후보들에게는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벽지의 무명 변호사 에이브러햄 링컨이 윌리엄 H 슈어드, 새먼 P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를 어떻게 이겼고, 이후 그들과 어떻게 연합했는지를 통해 진정한 권력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1860년 5월 18일. 결전의 날 아침까지 누구도 에이브러햄 링컨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스티븐 더글러스와의 논쟁을 통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연설 실력만큼은 인정 받았지만, 그의 라이벌들에 비해 링컨의 당내 입지는 약했고 정치 경력은 미천했으며 정치 자금도 없었다. 한 번의 하원의원 시절은 별 볼이 없이 지냈고 상원의원 선거에서 두 번 낙선한 것이 이력의 전부였던 링컨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쟁쟁한 라이벌들을 물리치고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일까.
물론 링컨의 승리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저자는 보수주의자로부터 극단적 급진주의자까지 모두 아우르는 포용력에서 링컨의 힘을 찾고 있다. 링컨은 다른 후보와 달리 적을 만들지 않았고 패배한 뒤에도 과거의 적과 우정을 맺을 만큼 관대했다. 그는 언어를 신중하고 정확하게 사용해 중도주의적인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고, 이로 인해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은근슬쩍 말을 바꿨던 경쟁자들보다 유리해졌다. 또 서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민심의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링컨의 진정한 포용력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내각 구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개의 평범한 대통령은 명백하게 자기 뜻을 따르는 자기 사람들을 주변에 심기 마련이다. 하지만 링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그 라이벌들을 자신의 핵심 동료로 삼은 것이다. 모든 파벌과 당파를 통합하고 끌어안겠다는 의지와 자심감의 표현이었다.
링컨은 대의를 위해 편가름 없이 적임자를 뽑았고, 거인의 권위로 이질적인 내각을 지배했다. 서로 싸우며 배가 엉뚱하게 산으로 갈 수도 있는 내각구조였지만, 링컨은 그들 사이에서 확실하게 결정권을 거머쥐었고 그 적대적인 정적들에게서 최고의 역량을 끌어냈다.
이 같은 포용정책은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대립했던 남부의 적대 세력에게까지 일관되게 적용됐다. 링컨은 남부가 노예제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마음 속 깊이 이해했고, 노예제 확산을 반대하면서도 남부의 입장에 대해 일절 비난하지 않았다. 연방이 분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낮은 자세를 취해 남부를 회유하고 설득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부의 빠른 복구를 위하는 마음에서 남부의 지도자들을 용서했고,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관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펼쳤다.
2007년 대한민국은 어떤 지도자를 원하고, 또 선택해야 하는지 에이브러햄 링컨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질문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832쪽, 2만 8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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