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노인들을 오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노인들은 삶의 지혜를 척척 나눠줄 준비가 된, '걸어다니는 도서관'이랍니다."
14일 대구 달서구 진천초교의 한 6학년 교실. '노인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강의에 나선 박관(64·전 가창중 교장) 씨는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게 되듯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답을 주는 분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는 한 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답했다. 11일부터 달서구 용산초교와 용전초교, 성당초교에서 강의를 한 박 씨는 "오늘이 마지막 강의라 아쉬움도 크지만 나의 얘기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눈 속에서 '세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대구노인가정봉사원협회가 노인 스스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인 문화를 수립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노인 리더 인적자원 개발'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노인들은 스스로 새로운 정보를 취득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상담과 교육에 나서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강의 역시 세대 간 간극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는데 반응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전국에서 첫 시도된 이 사업을 위해 교육계 등에 몸담았다 정년퇴임한 노인전문교육강사 25명이 4월부터 3개월(114시간)동안 노인복지교육과 노인소비자교육을 이수했고, 지난달까지 2개월간 어린이와 노인 대상 모의 강의 연습 과정도 거쳤다.
조진구(63·전 용산초교 교감) 씨는 "노인 숫자는 늘어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같이 사는 아이들은 드물다."며 "특히 노인들을 접할 기회가 적은 핵가족 시대라 어린이들과 만나는 시간에 공을 더 들였다."고 말했다. 무조건 노인을 공경하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
또 지금은 어린이와 노인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고부 간 갈등을 줄이는 방편으로 주부들을 상대로 한 강의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들은 또 10월부터 대구YMCA 시민중계실과 대구소비자연맹에서 한 달간 상담 실습을 겸해 노인소비자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달서구 일대 노인정 20여 곳을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노인소비자교육' 순회 강의도 계획하고 있다.
이혜임 대구노인가정봉사원협회 이사장은 "시행 첫 해다 보니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지만 노인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테마를 좀 더 마련할 것"이라며 "올해는 무보수로 노인분들이 봉사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교육형 일자리 창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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