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조순형 의원은 그제 "나의 제1공약은 대통령직의 품위 회복"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얼핏 이해가 안 되는 언급 같지만 "더 이상의 공약이 없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종, 정조 등 조선의 치세를 이룬 임금들은 다방면의 학문에 정통한 학자였을 뿐 아니라 실천적 철학자이기도 했다. 왕자 시절의 간단없는 학습과 인격 도야가 성군 배출의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러나 공화국 정치가 이뤄지면서 대통령의 자질은 어떤 보장도 해주지 못했다. 정치상황이 그러하기도 했지만 돌, 물, 깡통, 먹통, 건달 등 단어들이 보여주듯 품위와는 거리가 있는 대통령들이 선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악덕의 통치가 이어진 원인이다.
참여정부의 품위는 그 중에서 최악으로 평가되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정권과 나라의 품위를 팽개치고 짓밟았다. 막 가자는 거냐, 반미면 어떠냐, 쪽팔린다, 그놈의 헌법, 깜도 안 되는 등등 걸러지지 않은 냉소와 비속의 언사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평범한 교양인들도 자식 보기 부끄러워 함부로 쓰지 못할 어법을 예사로 구사한 것이다.
上濁下不淸(상탁하불청)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이처럼 발가벗고 설치니 그 수하들은 한 술 더 뜰 수밖에 없다. 청와대 비서관이나 장관들의 막말은 도를 넘는 경우가 많았고, 거짓말까지 섞여 들었다. 말만 그럴 뿐 아니라 행동과 정책까지도 품위를 잃었다. 세련된 양식, 교양으로 존재해야 할 정치가 걸핏하면 법이나 고소를 들먹이는 張三李四(장삼이사)들의 권력놀음으로 뒤바뀐 예가 적지 않았다. 국정홍보처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나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정부 태도를 보면 정치의 격이란 언감생심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아예 먼발치로 밀려났다. 신정아, 정윤재 사건과 같은 스캔들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바탕이다.
대통령은 한 시대의 표상이다.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그 손 안에서 그려진다. 그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심각한 오점을 남긴 것으로 평가될 법하다. 이런 대통령 문화가 더 계속돼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자존과 긍지를 살리는 문화로 거듭나야 한다. '미스터 쓴 소리' 조순형 의원의 평범한 한 마디가 폐부를 찌르는 오늘의 정치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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