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2학기 원서접수 마감 이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수험생 부모님들이 많다. 셋째 아이의 원서를 돋보기를 쓰고 직접 인터넷으로 접수했다는 어느 50대 엄마는 예년보다 경쟁률이 높으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몇 십대 일은 보통이고 학과에 따라 백 대 일이 넘는 경쟁률을 보며 늦자식을 낳은 것이 죄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인기 대학들은 수시 지원자가 수만 명에 달했다. 짧은 기간에 논술 답안지를 어떻게 공정하게 채점할 것인지가 몹시 궁금하다. 어느 기자는 올해 수험생들은 불만, 불신, 불안이라는 신 3불의 희생자라고 꼬집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일종의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있다. 어떤 어머니는 너무 불안하여 잠도 오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희랍신화에서 말하는 인간 창조는 이렇다. 근심의 신 쿠라가 어느 날 흙을 가지고 놀다가 어떤 형상을 빚게 되었는데 보기에 너무 좋았다. 마침 영혼의 신 제우스가 지나가기에 자신이 흙으로 빚은 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가 보기에도 좋아서 훅하고 생명을 불어 넣었다. 살아 움직이는 흙덩이인 인간은 이렇게 창조되었다. 세 신의 합작으로 창조된 인간은 보기에 너무 좋아 신들 사이에서 소유권 분쟁을 유발시켰다. 흙의 신 호무스는 흙으로 빚었기 때문에 자기 것이라고 했다. 제우스는 생명을 부여했기 때문에 자기 소유라고 주장했다. 쿠라는 자기가 그 형상을 빚었다며 단호하게 소유권을 주장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다투다가 결국은 심판의 신 사튀른에게 판결을 의뢰했다. 사튀른은 심사숙고 끝에 명판결을 내렸다.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 이 흙덩이는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죽으면 각자의 것을 찾아가면 된다. 몸은 흙에서 왔으니 호무스가, 영혼은 제우스가 가져가라. 다만 살아 있는 동안은 쿠라가 빚었으니 쿠라가 가져라.' 살아있는 동안은 근심의 신 쿠라가 우리의 주인이다. 근심과 걱정, 불안은 모든 인간에게 근원적으로 존재하는 삶의 조건임을 신화는 강조하고 있다.
현실이 아무리 우리를 불안하게 해도 수험생은 공부를 계속해야 하고, 학부모는 자녀들을 다독이며 대학입시라는 이 험난한 여정에 끝까지 동참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일수록 상식과 정도(正道)에 충실해야 한다. 모두가 불안한 상태에서 벌이는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낙관적인 자세와 자신감이다. 그러나 마음먹는다고 이것들을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그 다음 반드시 계획대로 실천하여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성취감의 누적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자신감은 수험생활과 관련된 모든 불안을 극복하게 해 주며, 어떤 상황에서도 실수 없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교육평론가, 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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