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이'를 지켜라!"…도둑 활개, 대책 급급

더위가 가시고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봉화, 영덕 등 송이 주산지에서 귀한 몸이 된 송이를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영덕 지품면에 사는 한 할머니가 마을 인근 산에 간다고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군청 공무원 등 200명은 할머니가 올라갔다는 산을 연 이틀 동안 뒤졌지만 끝내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만 이틀 뒤인 21일 오전 6시쯤 송이 채취를 위해 시골에 와 있던 며느리 K씨(50)에 의해 인근 산에서 발견됐다.

2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발견하지 못한 할머니를 며느리 혼자 발견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할머니가 오른 산은 곳곳이 송이 재배지라 할머니를 찾아나선 공무원들이 '송이가 다칠까봐' 산을 샅샅이 전부 수색하지는 못했던 것. 이날 수색에 나섰던 한 공무원은 "할머니도 찾아야 하고 가을 한철 송이수확을 위해 그동안 고생했던 산주의 이익도 지켜야하는 상황이어서 송이가 자라고 있는 깊숙한 산까지는 수색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본격적인 송이 수확철을 맞아 송이도둑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해 송이밭 주변에서 먹고자며 24시간 송이를 지키거나 아예 매월 수백만 원의 보수를 주고 송이 관리인을 채용하는 송이 재배농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영주경찰서는 송이 산지에 들어가 주인 몰래 자연산 송이를 훔친 혐의로 B씨(45·충북 청주시)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쯤 영주 부석면 남대리 산 6번지 L씨(47) 소유 산에 들어가 자연산 송이 15송이(약 780g·시가 11만 5천800원 상당)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가 3년 전 이곳에서 도로포장 공사를 하면서 이 일대에 송이가 많이 재배된다는 사실을 알고 충북 충주에서 일행 2명과 함께 와 송이 절취 행각을 벌였다고 밝혔다.

송이 산주 설중도(56·봉화 춘양면) 씨는 "한해 농사 잘 지으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도둑이 들면 한해 농사를 망친다."며 "출하 시기가 되면 매월 수백만 원씩 주고 인부를 고용하거나, 아예 송이밭 옆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하며 송이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영덕·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영주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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