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사도 속은 헌금 사기 주의보

70대 노인 "전직 공무원" 접근 환심…재산 교회 내겠다 한 뒤 50

최근 대구 수성경찰서에 수성구 만촌동 한 교회로부터 '황당한' 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헌금을 하고 싶다며 교회 신도들에게 접근한 한 남자가 되레 교회 돈을 가로채 달아난 사건이었다.

지난 15일 올해 70세에 이름은 '노무웅'이라고 밝힌 한 노인이 교회를 찾아왔다. 이 노인은 "교회 주변을 지나다 주말에도 신도들이 나와 청소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걸음을 멈췄다."고 처음 말을 꺼낸 뒤 다른 교회에 다니다 얼마 전 이곳으로 이사와 새로 다닐 교회를 찾는다며 접근했다는 것.

세무 공무원으로 일했다는 노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먼 친척뻘"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젠 은퇴했지만 벌 만큼 벌었고, 재산의 일부를 교회에 헌금하고 싶다며 신도들의 환심을 샀다.

의심은 들었지만 이 교회에 다니는 같은 성씨의 대학교수와도 먼 친척이라는 말에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던 신도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교회 돈을 가로채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일요일 예배 후 월요일에 이어 화요일에도 교회를 찾아 온 노인은 "헌금을 하고 싶은데 돈 보다는 금이 좋을 것 같다."며 "교회에서 먼저 금 60돈을 구해 주면 바로 계산해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

노인의 말을 믿은 목사는 교회 돈 500만 원으로 금을 사 노인에게 전했으나 노인은 '95세의 노모'에게 금을 보여준 뒤 헌금하겠다며 금을 가지고 사라졌고, 이것이 교회 신도들이 본 노인의 마지막 모습. 교회 목사는 "10분쯤 지나 아차 하는 마음에 노인이 산다는 집으로 가 봤지만 모두 거짓이었다."며 "그때야 감쪽같이 속은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먼 친척뻘이라던 대학교수는 노인과 아무 관계도 아니었고, 노인이 교회 목사까지 데려가 자신의 집이라고 속인 실제 집 주인도 "교회 목사와 함께 세 놓은 방을 보러 온다기에 그런 줄 알았을 뿐"이라고 말했다는 것.

신도들은 "지난해 말 준공한 새 교회라 신도 수가 많지 않고 아직 정리가 잘 되지 않은 점을 노려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다."며 "다른 교회에서는 똑같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씁쓸해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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