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촌리 김 회장(최불암)은 '파~' 하고 웃는다.
웃음은 'ㅎ' 아니면 'ㅋ' 이 들어가는데, 뜬금없이 'ㅍ'이라니. 고요한 안방에 파열음을 던진 이 신묘한 웃음은 세상을 도외시하거나 또는 강요된 억압을 깨는 유머로 유명한 유머 '최불암 시리즈'를 탄생시킨 도화선(?)이 됐다. '파~' 웃음의 주인공 최불암 역시 근엄하고 엄숙한 이미지를 깨고 친근한 이웃 아저씨의 캐릭터로 거듭났다.
그는 드라마 '전원일기'의 '파~' 웃음이 "인위적으로 창조해 낸 것이 아니었다."며 "옆에 어머니(정애란)가 있어 조심스럽게 웃으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최불암이 40년 연기 생활을 되돌아 보며 에세이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샘터)를 펴냈다. 1967년 데뷔한 이후 '맏형' '아버지'의 듬직한 이미지를 굳혀온 그의 인생관과 연기철학, 성장과정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또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뒷이야기와 많은 배우 및 예술가들과의 교감,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등 정·재계 인사와 겪었던 에피소드도 자세히 적혀 있다.
본명이 최영한인 그는 1940년 인천에서 출생해 12대 국회의원으로 잠시 떠난 것을 제외하곤 40년간 브라운관을 지켰다. 1967년 KBS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김종서 역으로 데뷔한 이후 1971년 시작한 '수사반장'과 1980년에 시작해 1천 회를 넘긴 '전원일기' 등 10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국민배우로 인정받았다.
'수사반장'(1971~1989년)의 박 반장 역할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후배 경찰관의 가정사까지 챙기며 웃지는 않지만 늘 가슴 속에 따뜻함을 가진 인물로 각인됐다. 그는 실제로 "사건 현장을 뛰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적고 있다.
영부인 육영수 여사와의 전화 통화도 세간에 화제가 됐다. '수사반장'을 방송중이던 1972년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청와대 육 여사의 전화였던 것. 탤런트가 영부인의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여간해선 없는 일. 육 여사는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국민의 건강이 염려되니 조금 줄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박 반장 역을 10년째 하고 있을 때 '전원일기'(1980~2002년)의 양촌리 김 회장으로 옷을 바꿔입은 그는 이 역할에 대해 "걸음걸이, 구부정한 자세 모두 내가 만들었고 의상도 분장도 직접했다"고 회상했다.
이 책에는 시청자와 글을 통해 대화한다는 뜻으로 텔레비전과 에세이의 합성어 '텔레세이'란 부제가 달렸다. 272쪽. 1만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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