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의사도 감기 걸려요?

입원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다가 갑자기 악화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병원 안에 상존하는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병원 감염으로 인한 폐해의 중요성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감염 예방을 위한 의사 및 간호 인력을 따로 두고 많은 비용을 투자해 적극적인 관리에 힘쓰고 있다.

최근 외국에서는 의료진의 복장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소매가 긴 가운과 세탁하지 않은 채 매일 매는 넥타이가 세균 기생의 주범이며 병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짧은 소매의 가운 착용과 넥타이를 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매일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환자를 통한 질병 감염은 매우 걱정스럽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공의 시절, '불명 열'(여러 가지 검사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로 입원한 환자의 주치의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고민하고 있던 중, 다시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 검사 결과 결핵이 의심돼 결핵약을 쓰고 경과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열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환자의 호흡 곤란은 더 심해져 결국 중환자실로 옮기고 인공호흡을 위해 기도에 관을 끼웠다. 정신이 온전한 환자의 기도 내 삽관은 환자에게 매우 고통스런 일이라 계속되는 기침으로 결국 나는 환자의 기관지 분비물을 얼굴에 온통 뒤집어쓰게 됐다. 그 뒤 다른 의사에게 환자를 인계하고 며칠이 지난 후 동료 의사로부터 환자가 에이즈 양성 반응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충격과 불안에 싸여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얼마나 괴롭고 찝찝한 마음으로 지냈는지 모른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한 번 감염되면 치료가 되지 않는 모든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결핵 환자를 가까이서 돌보면서, 매독이나 간염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다가 주사 바늘에 찔려 고민하는 많은 의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 같은 환절기가 되면 동네 의원에는 감기 환자들이 몰려든다. 의사들은 하루 종일 환자들과 접하고 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의사 얼굴에 대놓고 기침을 하거나 분비물을 튀기는 환자를 만날 때면 십중팔구 며칠 뒤 감기 증상으로 고생하게 된다. 이런 의사를 환자들은 "의사도 감기 걸려요?"하면서 신기해한다. 의사도 인간인데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환자를 만나면 왜 힘들고 싫지 않겠는가? 아파서 나를 찾아온 환자의 마음이 상하거나 불쾌하지 않도록 내색하지 않는 의사들에게 이 한마디는 정말 기운 빠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환자들의 병원 감염이나 의료인의 질병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며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돌보는 환자를 위해 열심히 손을 씻거나 복장을 단정히하는 작은 습관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또한, 무심코 하는 나의 행동들이 행여 타인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사소하지만 따뜻한 배려와 에티켓을 잊지 말자.

윤현대(라파엘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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