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표적인 가로수종인 은행나무. 해충,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고 이산화질소와 아황산가스 등 대기 오염 물질을 흡착하거나 토양오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 가로수로 사랑받고 있다. 열매 덕분에 해마다 가을이면 거리 곳곳에서는 허리를 숙인 채 은행나무 열매를 줍거나 나무를 흔드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염 여부. 매연과 오·폐수 등 온갖 오염물질을 빨아들이는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를 먹어도 문제가 없을까.
결론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것. 토양 오염과 은행나무의 잎에 포함된 중금속 함량에 대해 분석한 연구는 진행된 바 있지만 아직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에 중금속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기 때문. 다만 은행나무 잎에 대한 분석 결과로 추정은 가능하다.
지난 2005년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의 '자원환경지질'에 실린 '서울지역 가로수 토양과 은행나무 잎 중의 중금속 원소들의 지구화학적 분산과 오염특성(추미경, 김규한, 이진수, 전효택)'에 따르면 교통혼잡지역에서 채취한 은행나무 잎의 경우 납(Pb) 함유량은 최소 0.8㎎/㎏에서 최대 3.4㎎/㎏이 검출됐다. 또 카드뮴(Cd) 0.76~1.45㎎/㎏, 크롬(Cr) 0.11~1.17㎎/㎏, 아연(Zn) 3.6~15.5㎎/㎏ 등이 각각 검출됐다. 반면 오염도가 낮은 충남 예산에서 채취한 은행나무 잎의 경우 납은 0~1.3㎎/㎏에 그쳤고, 카드뮴 0~0.09㎎/㎏, 아연 2.9~8.8㎎/㎏, 크롬 0.09~0.9㎎/㎏ 등으로 훨씬 낮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금속이 잎뿐만 아니라 열매에도 쌓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금속의 경우 이온 상태로 물과 함께 뿌리로 흡수되는데 이 과정에서 줄기나 잎, 열매 등에 축적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의 중금속 축적 여부를 판단하려면 토양 오염 정도를 먼저 조사해야 하는데다 껍질이나 과육, 씨앗 등 부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분석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준선 순천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토양 오염 정도와 잎에 축적된 중금속의 함량 정도에 따라 열매에도 중금속이 축적됐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조사 방법이나 원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전국 처음으로 시내 전역의 은행나무 열매 시료를 채취, 중금속 함량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교통량이 많은 지역과 공장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각 구별로 3, 4그루씩 샘플을 채취한 뒤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 중금속 함량 여부를 검사하겠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조성된 지 15년이 되면서 나무가 중금속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열매에서 중금속이 검출된다면 시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세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전체 가로수의 26%인 4만 2천여 그루로, 이 중 10%는 해마다 열매를 맺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대한노인회 대구지부에 은행나무 열매 채취와 처리를 위탁해 4천300여 그루에서 1만 2천kg의 은행 열매(5천여만 원)를 채취했으며 올해는 더욱 늘어난 2만kg (시가 1억 1천300만 원)을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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