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에는 단풍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은빛으로 너울대는 억새의 쓸쓸함은 오색 빛깔의 단풍보다 오히려 가을의 운치와 더 잘 어울린다. 햇살이 비칠 때 바람 따라 서걱서걱 울어대는 억새는 가을 산행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억새의 너울거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의 정취와 여유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억새는 10월 중순에서 11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깊어가는 가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구 인근 억새 산행지 세 곳을 소개한다. 은빛 물결 사이로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손잡고 거닐며 가을 정취를 만끽해보자.
▶창녕 화왕산
화왕산 하면 억새를 떠올리게 할 만큼 화왕산은 억새의 대명사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정상 주위로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녹음, 가을이면 아름다운 억새꽃이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특히 가을철 화왕산 정상의 화왕산성 주변으로 펼쳐진 광활한 평원에서는 억새가 십리 길을 이룰 정도로 많아 진풍경을 연출한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옴팍한 대규모의 분지가 온통 억새꽃 하얀 솜이불을 두른다.
화왕산 억새밭은 새벽에는 또 다른 진풍경이 펼쳐진다. 밀려온 안개가 푹 파인 초원을 가득 채우면서 초원은 하얀 호수가 된다. 안개가 억새꽃 사이사이를 지날 때면 억새밭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듯한 선경을 이룬다.
산행은 창녕여중 입구의 자하곡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자하곡에서 오르면 숲이 울창한 삼림욕장, 화왕산성을 지나 정상에 이른다. 정상으로 이르는 가장 짧은 코스이다. 거리는 짧지만 산행 코스는 경사가 심해 만만치 않다. 삼림욕장 바로 밑에서 등산로는 3갈래로 나누어지는데 도성암으로 가는 제1코스와 명상의 숲을 지나는 제2코스, 그리고 배바위 방향으로 오르는 제3코스가 있다. 이 가운데 제2코스가 가장 짧다. 명상의 숲을 지나 화왕산 정상으로 향하는 서문에 이르게 된다. 명상의 숲을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돌계단은 서문까지 약 1.2㎞ 구간에 걸쳐 이어지는데 무척 힘든 코스다. 오죽 힘들었으면 환장고개라고 했을까.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가파른 길을 한참 올라야 한다.
화왕산의 억새는 크기도 사람의 키를 훨씬 넘는다. 억새 사이에 주저앉아 버리면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키가 큰 편이다. 화왕산성을 따라 억새밭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전국 유일의 산상축제인 화왕산갈대제가 20일 화왕산 정상에서 열린다. 산신제, 통일기원횃불행진 등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된다. 문의=창녕군청 문화홍보과(055-530-2254).
▶가는 길=구마고속국도를 타고 창녕 IC에서 내려 첫 번째 네거리에서 좌회전, 창녕읍 방면으로 각각 국도 20번과 24번을 따라 직진하면 창녕여고를 만날 수 있다. 대구에서 약 50분가량 걸린다.
▶주변 볼거리=창녕은 화왕산 이외에도 한국 최대의 원시 늪지대인 우포늪으로도 유명하다. 1억 4천만 년 전의 생태를 간직한 우포늪에는 조류 22종과 습지식물 34종, 수서 곤충 35종, 어류 29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녕 IC에서 나와 첫 번째 네거리에서 우회전, 회룡마을을 지나 우포늪 진입로로 달리다 보면 우포늪 앞 세진리주차장이 나온다. 창녕 IC에서 약 15분가량 걸린다.
▶함양 거망산
경남 함양군 서상면에 위치한 거망산은 산세와 조망이 좋기로 입소문이 났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따라가면 기백산에서 금원산 줄기를, 멀리는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맘때면 남쪽에 솟아있는 황석산과 연결된 능선을 따라 찬란한 억새군락을 만날 수 있다. 억새밭을 스치며 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이곳 억새는 이삭이 유난히 크고 소담스러운 것이 특징. 산행은 주로 용추계곡 입구인 안의면 유동 마을에서 출발, 황석산 정상 암릉을 따라 뫼재를 거쳐 다시 용추계곡으로 내려오면 된다. 넉넉잡아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대구에서 88고속국도를 타고가다 거창 IC에서 내려 26번 국도를 따라가면 안의면 유동마을이 나온다. 1시간10분가량 소요.
▶밀양 재약산 사자평
경남 밀양군 단장면에 위치한 재약산은 이른바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천황산·취서산·가지산·신불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솟아있다. 이 산이 유명한 이유는 재약산 정상인 사자봉의 턱밑에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 때문이다. 이곳이 바로 한국 최대의 억새 군락지인 사자평이다. 끝없이 보이는 억새밭이 고원을 뒤덮어 규모면에서 여타 억새밭을 압도한다. 덕분에 재약산 사자평은 영남알프스 산들 중 가장 인기있는 산행코스로 꼽힌다. 사자평 산행은 표충사에서 시작된다. 홍룡폭포와 층층폭포를 지나 지금은 폐교된 고사리분교를 거치면 재약산 사자평에 도달한다. 사자평에서 재약산 정상과 천황산 정상을 각각 돌아 다시 표충사로 내려오면 된다. 6시간가량 소요. 경산을 지나 25번 국도를 타고 청도를 거쳐 쭉 달리면 송림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24번 국도를 타고 표지판을 따라 달리면 표충사 입구에 도달한다. 약 1시간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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