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10대 詩人

母國語(모국어)란 무엇일까. 해외서 살다 잠깐 귀국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국어로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참 가슴 시원하다고들 한다. 현지어를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으로 말하고 쓸 수 있다 해도 역시 한계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 땅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한 그 나라 말과 글이 갖는 미묘한 뉘앙스, 그 정서적 떨림은 도저히 피부로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도의 언어예술적 彫琢(조탁)이 요구되는 문학세계에서 모국어로 시며 소설을 빚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법정 스님이 '來生(내생)에도 다시 한반도에 태어나고 싶다. 누가 뭐라 한대도 모국어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는 이 나라를 버릴 수 없다'('무소유' 중)고 한 말은 소통의 도구로서뿐만 아니라 영혼의 울림으로서 모국어의 소중함을 의미한 건 아니었을까.

어느 나라든 각각의 모국어에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는 부류는 시인이요 소설가들일 것이다. 올해는 한국 현대시가 100주년을 맞은 해다. 우리 詩史(시사)에 굵은 획 하나를 그었다. 마침 한국시인협회 창립 50주년 및 '시인의 날' 창립 20주년에 맞춰 한국 현대시의 대표 시인 10명이 선정돼 눈길을 끈다. 김소월 '진달래꽃', 한용운 '님의 침묵', 서정주 '동천', 정지용 '유리창',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수영 '풀',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이상 '오감도', 윤동주 '또다른 고향', 박목월 '나그네'. 한국시인협회가 문단에서 가장 활발한 현장 비평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학평론가 10명에게 작고 시인을 대상으로 선정을 의뢰한 결과다. 한국 현대시 100년의 궤적을 돌아보고, 미래를 성찰해 보자는 것이 취지다.

모두가 우리 한국인들이 너무도 좋아하고 흠모하는 시인들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뽑아봐도 이 중 5, 6명은 겹칠 것이다. 하지만 암울했던 시대에 우리 민족에게 소망의 빛을 던져주고 핍진한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던 이상화, 이육사, 조지훈, 김영랑 같은 시인들의 이름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쉽다.

시인이 넘쳐나는 시대다. 서점에는 시집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하지만 거기에 눈길 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쓴 시, 심장을 사뭇 떨리게 하고, 감동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게 하는 시들을 만나기 어려운 시절이라 그런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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