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금오산에서 이틀간 '다(多)문화축전'이 열렸다. 구미시의 대표축제인 셈이지만, 시행을 앞두고 숱한 진통을 겪었다.
진통의 정점은 구미지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과의 불협화음이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의 주장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었지만 드러난 이유는 "다(多)문화 축전은 우리가 5년째 열고 있는 '아시아인의 문화축제'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것.
곤혹스러워하던 시는 대화와 타협을 시도했으나 불발됐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은 1주일 전 금오산 같은 장소에서 '아시아인의 문화축제'를 강행했다. 뒤이어 시 주최 '다문화 축전'도 펼쳐졌다.
양측의 감정대립으로 다문화축전에는 구미지역의 아시아 각국 노동자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문화 소통의 길을 열겠다는 구미시의 당초 목적은 빛이 바랜 셈이다.
물론 시가 추진한 다문화 축전은 이주노동자들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구미 시민과 지구촌 사람들이 한바탕 어울려 보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없는 축제는 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첨단IT산업의 전진기지로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인의 일터로 주목받는 구미시에 그동안 축제다운 축제가 없었다. 시는 다문화축전을 구미의 대표적인 축제로 정착시키고 싶어한다. 정주의식이 약한 시민들에게 문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자는 뜻이다.
그런 의미라면 다문화축전을 구미시 대표축제로 성장시켜야 하고 내년에도 계속돼야 한다.
이젠 반목하기 등의 폐해는 사라져야 한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무슨 일 때문에 우리가 다문화 축전에 참석할 수 없었는지 잘 모른다.'는 이주노동자들이 내년에는 마음껏 그들의 문화를 자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진통은 지금까지 경제에만 치중해온 구미가 다양한 문화접목을 시도하면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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