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동영·이인제 대선 후보의 대구·경북 '애증'

"한나라 표심 잠식 기회의 땅"

대선 후보로 확정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대구·경북은 애증(愛憎)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지난 17대 총선. 당시 정 후보는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탄핵 역풍을 일으키며 압승을 예고했다. 대구·경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기세를 대구·경북이 꺾어버렸다. 지역의 한 노인정을 찾은 정 후보가 "60∼70대 분들께서는 투표하지 마시고 집에서 푹 쉬셔도 됩니다."라는 이른바 '노인 폄훼발언'으로 60세 이상 유권자들의 분노를 산 것. 대구·경북발 '노풍'은 탄핵역풍의 반역풍을 몰고오면서 한나라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5년이 지났지만 애증 관계는 여전하다. 지난 주말의 대구·경북 대선후보 경선에서 손학규, 이해찬 후보에게 뒤지지 않는 득표를 한 것. 지역내 신당의 좌장격인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는 "정 후보가 당선되면 정계은퇴를 고려하겠다."고 하는 등 적개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정 후보로서는 대구·경북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전략지인 대구·경북에서 바람이 불어 준다면 대선 승리의 여지가 커질 수 있기 때문.

대구·경북은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도 비슷한 관계에 얽혀 있다. 그는 지난 15대 대선 때 경선 결과에 불복했고 무소속으로 500여만 표를 얻어 한나라당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구·경북 내에서 그를 질타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지역의 투표성향을 살펴보면 사정은 달랐다. 이 후보를 미워하면서도 일종의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15대 대선에서 대구는 17만, 경북은 34만 표를 이 후보에게 몰아줬다. 경북 경우, 이 후보의 전략지인 경기·부산·경남을 제외하고는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많은 표가 쏠렸다. 이 후보는 10년 후 최근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대구에서 39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지역 출신인 신국환 후보보다 170여 표가 많았다. 이 후보도 지역과 관계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마찬가지로 영남권 표심을 잠식 않고선 이번 대선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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