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민금융사 만들되 利子·문턱 낮춰라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서민 금융회사 설립을 통한 은행의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고리대금업에 나선다는 비난을 의식해 눈치만 보고 있던 은행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국내 은행의 소액 신용대출시장 진출은 필요하다. 하지만 서민 금융회사 설립에 앞서 은행 문턱을 낮추는 게 먼저다.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 당시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뒤 수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 금융회사의 무더기 퇴출로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은행은 그 문턱을 계속 높여 아예 성벽을 쌓았다. 이 틈새를 일본계 자금이 뚫고 들어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주문은 일본계 고금리 대부업체로 몰리는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소액 신용대출시장에 국내 은행들이 적극 진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烏飛梨落(오비이락)인지 모르나 '짬짜미'가 아닌가 의심된다. 주택담보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던 시중 은행들이 '블루 오션'을 찾아 서민 금융회사 설립을 저울질하고 있는 참에 김 위원장이 거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어쨌든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줌으로써 은행들이 고리대금업에 나선다는 비난은 희석되게 됐다.

은행의 서민 금융업 진출은 조만간 가시화할 것이다.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가 530만 명을 넘고, 18조 원에 이르는 사금융시장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당포 영업'으로 손쉬운 돈벌이에만 매달리면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해진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의 고금리 소액 신용대출시장 진출을 부추기기에 앞서 은행 문턱부터 낮춰야 한다. 아울러 대부업체의 법정 금리 상한선을 대폭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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