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향숙의 고민지우개] 종교 다른 남편

*고민있어요

결혼 3년차에 접어든 주부입니다. 시댁과 제 친정이 종교가 다른 사실을 결혼 전에 알았고 교제시절엔 남편이 이해해 주었습니다. 결혼하면 저의 종교생활에 동참할 것이라 이야기하곤 했으므로 별 갈등없이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참여는커녕 저의 활동마저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고, 남편과 함께할 수 없어 속상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종교는 인류 공동의 정신적, 문화적 유산으로 초인간적인 신이나 절대자를 믿고, 숭배하고, 받듦으로써 마음의 안락과 평안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정신문화의 한 체계입니다. 다원화 된 현대사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종교를 믿을 자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혼사를 통해 '개인 대 개인' 나아가 '집안 대 집안'의 결합으로 가족이 된 후, 종교가 달라서 가족간 혹은 부부간에 불편이 계속되다가 결국은 갈등으로 키워지는 예들이 주변에 더러 있더군요.

우선, 님의 불편함이 남편의 지켜지지 못한 약속으로 인한 부부간의 신뢰의 문제인지, 아니면 종교적 불일치감에 대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자일 경우는 부부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극복해야할 문제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종교생활에 대한 객관적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종교는 이성과 논리의 체계가 아닌, 믿음과 신념의 체계이므로 타인의 종교를 경시하거나 다른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아주 친밀한 사이라 할지라도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종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또는 집안의 종교를 들어온 새 식구에게 강권하는 문화로 인하여 빚어지는 갈등이 생기곤 합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구성된 가족들을 아끼고 함께 행복한 생활을 영유하고 나아가 주변과 더불어 사는 것이 종교의 본질일 것입니다. 타인에게 종교와 구원을 강요하기보다 종교를 통한 수양과 너그러움으로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이 더 큰 종교의 힘이 아닐까요. 종교의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이해와 인정, 그리고 배려와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비도 사랑도 자애도 결국은 우리네 생활에 녹아들어 삶의 균형을 맞추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상생하는 것일 테니까요.

"종교를 믿어서 행복하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이 그 종교 때문에 불행하지 않은지도 살피라. 종교가 가정불화의 원인이라면, 믿음의 '기회비용'이 얼마나 큰 지를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고 어느 종교인은 충고합니다. 또 독일의 종교학자 막스 뮐러는 '하나의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다른 종교를 깊이 이해해야 자신의 신앙심도 깊어진다는 말이겠지요.

절 앞마당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신부님이 절의 법회에 참석하며, 불교수행자인 스님이 카톨릭의 미사에 초대되는 등 대립하기 쉬운 종교계에서 훈훈한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부처의 자비도, 성모의 자애도, 예수의 사랑도, 또 다른 절대자의 진리도 결국은 서로 같은 지점에서 만나는 것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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