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이정의 독서일기] 슬픈 미나마타/ 이시무레 미치코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미나마타에 사상 최악의 산업공해병이 발생한 것은 1951년이었다. 비극의 조짐은 이유 없이 팔짝거리다 바다에 뛰어드는 고양이의 이상행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마을의 고양이가 전멸하고 멀쩡하게 놀던 아이들이 팔다리가 꼬이고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았다. 평생 고기잡이만 하던 노인이 나무토막처럼 쓰러지고 건강하던 어부의 아내는 다리가 경련하며 춤을 추었다. 집집마다 환자가 속출했고 마을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으며 장례식이 줄줄이 이어졌다.

일본이 한창 경제부흥을 일으키던 시기에 미나마타시에 들어선 질소비료공장이 그 원인이었다. 강 하류에 살고 있던, '그저 그런 가난한 일개 주부에 지나지 않았던' 저자는 병마와 처절하게 싸우며 죽어가던 고향 사람들의 한 맺힌 고통을 생생하게 적고 있다.

"일하고 싶어라, 내 이 손발로…. 요맘때면 항상 오징어 다래끼며 낙지 잡는 항아리를 설치하러 갔는데. 숭어도 그렇고, 다른 물고기들도 얼마나 이쁜지…. 바다내음 중에서도 봄색이 짙어진 파래가 물기 마른 바위 위에서 햇볕에 구워지는 냄새라니! 정말 그립네. 그런 햇볕 냄새나는 파래를 득득 긁고, 파래 밑에 있는 굴을 따 가지고 돌아와서, 그것 우려낸 국물에 간장 약간 넣고 뜨거울 때 먹어봐. 도시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맛이지. 암! 파래 국물 후후 불어가며, 혀가 데이도록 마시지 않으면 봄이 안 와. 내 몸뚱이에 두 다리가 온전히 붙어 있고, 그 두 다리로 딱 버티고 서서, 내 몸뚱이에 두 팔이 붙어 있어 그 두 팔로 노를 저어, 파래 따러 가고 싶네. 울고 싶어. 다시 한번 가고 싶어라, 바다에."

공장에서 내보낸 폐수에 녹아든 수은이 해안의 어패류와 동식물을 오염시켰고 그것을 먹은 고양이와 사람들이 쓰러진 것이다. 공장측은 미나마타병과 공장 폐수는 무관하다고 발뺌하고, 중앙부처에 가서 호소하면 후생성 관할이니 농림성, 통산성, 문부성 관할이니 하면서 관료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었다. 정치인 또한 표를 의식한 형식적인 관심만 보일 뿐이었고 행정도 무대책으로 일관하였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 미나마타시도 망하고 말 것이라며 쉬쉬하는 시민들의 이기심은 더욱 기가 막혔다. 기어이 어민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환자발생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후생성은 기업의 책임을 명시하였다.

이 책은 말한다. 성장이니 GNP니 하는 듣기 좋은 '행진곡'은 결국 누구를 위한 '진혼곡'이 되는지를. '국민' 혹은 '국익'을 위한다는 구호가 얼마나 '빛 좋은 개살구'인지를. 그리고 그것이 자신만 아니라면, 풍요로움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서서히 죽어 가는 딸 앞에서 어느 어머니는 이렇게 울부짖는다. "나무에도 풀 한 포기에도, 물고기에게도 지렁이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데, 우리 유리한테는 그것이 없다니, 그게 말이 돼요? 영혼이 없는 인형이라고, 신문에도 그렇게 써 있었고 대학 선생들도 그렇게 말하면서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부모란 건 말이에요, 포기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 세상은 신이 만들어준 것이라도 하지만, 인간은 신이 만든 창조물이라고 하지만, 회사나 유기수은이란 것은 신이 만들었을 리가 없어요. 설마 신이 그런 것을 만들었을 리가 없죠."

bipasory@hanmail.net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