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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국민적 관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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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기 영국, 코벤트리 領主(영주)였던 레오프릭은 농민 수탈에 혈안이 돼있었다. 그러나 착한 그의 부인 고다이버(Lady Godiva)는 처참한 농민들의 생활을 보고 남편에게 과중한 세금을 줄여줄 것을 요구한다. 젊은 부인의 정숙함을 알고있는 영주는 '설마'라는 생각에 "당신이 벌거벗은 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돈다면 고려해보겠다"고 비꼬아 말했다.

고다이버는 농민들을 구하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사건은 곧 농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몸을 던지는 영주 부인의 알몸을 볼 수 없다며 창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친 다음 그 누구도 내다보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알몸으로 말을 타고 가는 부인의 모습을 커튼 사이로 몰래 엿본 사람이 있었으니 톰(Tom)이라는 양복점 직원이었다. 하늘도 노했는지 그는 나중에 장님이 되고 말았다는데 여기서 남몰래 엿보는 사람, 즉 觀淫症(관음증)이 있는 사람을 피핑 톰(Peeping Tom)이라고 한다. 지금도 런던에서 차로 70분 거리에 있는 코벤트리 대성당 앞 광장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알몸으로 말을 타고 있는 여인의 동상이 서 있다고 한다.

최근 변양균'신정아 씨 구속영장 처리를 둘러싸고 검찰과 갈등을 겪었던 서울서부지법원장이 이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음증이 불러일으킨 사건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화제다. 이미 이 사건에 대해서 언론이 개인 사생활까지 너무 밝히려 드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이 있었고 선정적인 언론이란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가 그 낯뜨거운 행동 하나하나까지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밝혀진 것은 그 사건이 백악관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변양균'신정아 씨 사건도 권력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끈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러브 스토리'와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탄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관음증'의 결과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고위 공직자라고 해서 사생활이 없겠는가. 그러나 국민은 사회 지도층에게 지식과 지혜 못지않게 仁(인)과 德(덕)까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직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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