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조용한 시골 고등학교가 대도시 학생들이 줄지어 몰려드는 시끌벅적한 인기 학교로 성장했다.
안동시 풍산읍 풍산고는 지난 18일 2008학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를 마감한 도내 24개 특목·특성화고, 자율학교 가운데 가장 높은 3.43대 1의 지원 경쟁률을 기록했다. 풍산고의 지난해 경쟁률(1.72 대 1)과 비교하면 두 배로 높아진 것. 윤영동(65) 풍산고 교장은 "지원 가능한 최저학력 기준을 중학교 내신 15%로 정했지만 합격선은 이보다 훨씬 올라갈 것 같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풍산고의 유명세는 지원 학생들의 출신 지역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총 지원자 가운데 대구 104명, 경북 87명으로 대구·경북 학생이 절반을 차지했지만, 경기 51명, 서울 36명 등 수도권 출신도 만만치 않은 비율(23%)을 차지한 것. 지원자 4명 중 1명꼴이다.
풍산고는 학교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오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연중 내내 끊이지 않고 입학 설명회 때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전국 단위 모집의 자율학교로 변신(2003년)하기 몇 년 전만 해도 학생이 없어 폐교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던 사정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풍산고가 이처럼 단기간에 외지 학생이 몰려드는 학교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보다 시골학교의 단점을 장점으로 되살린 데 있다. 자매를 풍산고에 입학시킨 진행순(42·여·서울 광진구 자양동) 씨는 "대도시에서는 다니고 싶은 학교를 고를 수 없고 사교육 의존도도 상당히 높지만, 풍산고는 주변 환경이 조용하고 모든 공부가 학교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씨는 2학년인 큰딸의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오르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작은딸도 지난 1학기에 이곳으로 전학시켰다.
엄격한 면학 분위기와 생활 관리는 원거리 학교라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씻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풍산고 학생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정규 수업을 마치고 나면 오후 7시부터 11시30분까지 개별 자율학습을 한다. 자율학습은 국·영·수 수준별 학습이나 교육방송 청취, 도서관 자습 등 학생 자신이 공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도서관도 성적순으로 좌석을 배치할 정도로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덕분에 2007학년도 대입에서 졸업생 84명 중 연·고대 5명을 포함한 40여 명이 수도권 대학에 합격했다.
학생들은 월 1회 귀가 때만 휴대전화를 되찾아갈 수 있고 외출도 주말에만 허용되는 등 교내 규율이 엄격한 편. 하지만 요가, 검도, 태권도 등 1인 1특기 운동 프로그램이나 록밴드, 연극반 등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돼 있어 학생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대학 캠퍼스처럼 활기차다.
학교와 재단(병산교육재단)의 열성도 한몫했다. 3층짜리 옛 교실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고 기숙사와 다목적 강당을 신축했다. 올해는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입혔다. 재학생의 80%가 다양한 형태의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교사들은 야간 자율 학습과 기숙사 감독을 번갈아 맡고 밤늦게 걸려오는 학부모들의 전화에도 빠짐없이 응대한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카페를 결성할 만큼 학교에 관심이 많다 보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윤 교장은 "교장도 자정 전에 퇴근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라며 "풍산고의 성장은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 열성적인 학부모와 교사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며, 성적표는 매년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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