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아주 심해요."
5년 전 필리핀에서 시집온 A씨는 영천의 한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교사 출신인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대구의 한 학원에서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학생들이 필리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 바보'라고 놀리는가 하면 학원 원장까지 차별하는 말을 일삼아 학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학생들이 같은 학원의 일본인 선생님은 잘 따르는 것 같았는데…. 약소국에서 온 것이 무슨 죄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네 살된 딸을 내년에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피부색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의 학부모·학생들은 선진국 출신과 후진국 출신의 어머니를 둔 아이들을 차별 대우하는 경향이 짙다.
경북의 한 초교에 다니는 이모(9)군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친구에게 기가 죽는다고 했다. 베트남 출신을 어머니로 둔 이 군은 "일본인 엄마는 학교에 자주 오고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준다."며 "반 아이들이 그 친구하고 친한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구의 한 초교 교사는 "다문화가정의 가계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때문인지, 학부모들은 '그 아이들과 친해봤자 덕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봉화군 춘양초교 박희성(34) 다문화 담당 교사는 "대체로 선진국 출신 부모들은 학교에 자주 찾아 오고 교육열이 높다.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쳐 차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부모의 출신 국적에 따라 아이들의 학교 생활까지 좌우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과연 한국인들은 얼마 후면 다가올 다문화 사회에 살아갈 자세가 되어 있겠는가?
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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