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청소년들에게 놀 공간을 주자

"동아리는 많은데 연습실이 3개밖에 없어요. 연습실을 좀 더 늘려 주세요."

얼마 전 옛 문경시청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문경시 청소년문화의집'에 갔을 때 차례를 기다리던 청소년들이 한 말이다. 현재 시·군·구에 있는 일부 청소년 시설은 이용하는 청소년이 적어 애태우고 있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평일에도 연습실이 모자랄 정도로 북적대고 있다니 비결이 무엇일까?

청소년문화의집이란 청소년들이 쉽게 찾아와 간단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설과 설비를 갖춘 문화공간이다. 생활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청소년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 160여 개소가 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문경시 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 참여활동과 동아리활동 지원은 물론 방과후아카데미와 청소년지원센터까지 운영되는 등 문경시 청소년 지원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귀옥 청소년담당계장은 "시내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시청에서 직영하다 보니 신뢰받게 돼 현재 많은 청소년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심지어 동아리 연습실은 대기번호까지 부여할 정도로 청소년들의 호응도가 높다."고 했다.

과거에는 자연부락 단위에 여러 명의 또래 청소년들이 함께 자랐었다. 그들은 여가시간에 운동이나 전통놀이를 하며 함께 보냈지만 지금은 마을에 함께 놀 수 있는 또래들이 없어졌다. 마을에 또래뿐만 아니라 학교 근처에도 놀 공간마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TV나 컴퓨터가 친구를 대신해서 놀아주게 되고 결국 개인주의적 성격으로 변하거나 더러는 심각한 게임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 제공은 지역사회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고 본다. 문경시 관내에는 현재 중·고등학교 연합체로 구성된 10여 개 자생동아리가 있고, 이들은 끼 발산을 위한 활동은 물론 길거리 자선공연 등 자원봉사까지 함께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학교밖 연습실이 필요하지만 시청 소재지를 제외하면 문경읍 등 14개 읍·면·동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문화의 집마저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충분한 시설만 준비돼 있다면 더 많은 청소년동아리가 만들어져 활동할 수 있을 테지만 청소년시설은 열악한 편이다.

지금 지방자치단체는 읍·면·동사무소를 복지기능을 부여한 '주민자치센터'로 개편하고 있다. 새로 개편되는 문경지역 주민자치센터에 청소년문화의집처럼 지역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시설과 장비를 마련해 주는 것은 어떨까? 통합되는 지역의 유휴 주민자치센터를 청소년문화의집으로 활용하는 경우 국가청소년위원회로부터 리모델링 비용, 프로그램 운영, 방과후아카데미 등에 대한 지원까지 받을 수도 있다. 문경시 청소년문화의집이 접근성 때문에 성공할 수 있듯 읍·면·동사무소 역시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익한 시설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국가청소년위원회도 청소년들의 생활권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까지 전국의 읍·면·동 단위에 청소년문화의집 500여 개를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또 올해 중·고등학교 546개 동아리에 5억여 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앞으로도 각종 동아리 지원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치는 것은 인격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이 동아리와 연계된 진로를 선택할지 여부는 주어진 환경, 자신의 능력 등을 감안해서 청소년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무엇엔가 몰입하게 되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하는 열정과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된다. 1년 내내 청소년들의 끼 발산으로 뜨거운 '문경시 청소년문화의집' 열기가 식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학교, 학부모의 깊은 관심을 다시 한 번 부탁한다.

차정섭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홍보관리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