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신화와 대한민국 과학/ 김근배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유치원생까지 '줄기세포' 논쟁을 벌이게 하면서 전 국민을 바이오 전문가화(?) 했던 황우석 파동을 재조명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껏 황우석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논문과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기존의 책들은 거의 대부분이 뚜렷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황우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황우석이 낳은 대한민국 과학 내부의 구조적인 특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박사후 연구원(포스닥)을 거쳐, 현재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황우석 사태'를 낳은 대한민국 과학 내부의 실체를 당시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철저히 분석하고 있는 과학다큐멘터리로 이 책을 썼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따라서 그동안 다른 황우석 관련 서적이나 논문에서 다루지 않거나 극히 부분적으로만 언급했던 많은 내용들이 상세히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황우석 연구팀의 '복제기술 발전 경로' '영롱이와 진이의 실체' '연구팀 내부의 운영' '호랑이 복제의 실상' '연구논문 조작의 실체와 그 이유' '섀턴과의 협력·경쟁' '시민단체와의 윤리적 갈등 전개과정' 등은 저자가 온전히 새로 밝힌 것들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1차 자료인 황우석 연구팀의 국내외 연구논문·보고서·발표문 200여 편을 일일이 찾아서 조사했으며, 그 자료들을 보다 넓은 관점에서 깊이 이해하기 위해 외국 과학저널에 실린 다른 연구자들의 관련 논문과 기사들까지 참조했다. 이에 덧붙여 2차 자료로서 황우석 본인의 강연 동영상·매체 기고문· 발표 원고 등을 비롯하여, 황우석 연구팀의 과학을 다룬 국내외 신문 및 잡지 기사, 연구논문, 서적, 인터넷 자료, 그리고 황우석이 가장 매달렸던 연구 분야인 동물복제와 줄기세포, 이종장기 등에 관한 국내외 연구논문까지 두루 면밀하게 분석했다.
아직도 여전히 황우석 비판세력과 지지세력 간에 풍미하고 있는 단선적인 '사기론'과 '음모론'을 넘어, 복합적인 과학 내부의 궤적과 '과학-사회 네트워크'라는 중층적인 시각으로 황우석 연구팀의 과학을 둘러싼 문제들을 새롭게 조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황우석이 대중들의 과학적 욕구를 간파하고 자신들의 과학을 사회적으로 선보인 방식에 주목했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오로지 황우석 사태만을 분석하는 데 있지 않다."면서 "그보다는 현대과학과 사회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집단 형성, 정치권력과 언론과의 관계, 첨단 과학연구의 전개, 시민단체와의 긴장관계, 국제 과학계와의 연결 등을 폭넓게 고찰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항우석의 과학연구가 어떤 변화를 겪어왔고, 그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자 수사학과 정치력이 어떻게 동원되었으며, 급기야 줄기세포와 연구논문 조작이라는 황우석 사태가 왜 발생하게 됐는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392쪽. 1만 7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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