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고, 허전한 가슴을 달랠 수 있는 시나 수필을 쓰고 싶어진다. 지금은 사그라졌지만 학창시절 꿈꿨던 문학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는 게 이 시기이다. 수필과 시를 친구 삼아 인생에 윤기를 더하고 있는 60대 남성, 40대 여성을 통해 문학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을 알아봤다.
▨ 예비시인 백정혜씨
"신문사가 여는 신춘문예 또는 경쟁이 치열한 문학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고 싶어요.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제 시집을 내는 것이 꿈입니다."
2005년 후반기부터 '시와 반시'가 여는 문예대학에 나가 시를 공부하고 있는 백정혜(42·여·동부화재 상담직원) 씨. 정식으로 시를 배운 지 2년여가 된 그녀는 요즘 꾸준하게 시를 쓰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경북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대학 무렵엔 시보다 오히려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결혼하고 애들을 키우면서 어느 날 제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어요. 시를 배워볼까 생각하던 중 은사님의 소개로 문예대학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계간지 '시와 반시'가 주최하는 문예대학은 기성 시인들이 참신한 후배 시인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강좌로 그동안 2천여 명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문예대학에서 백 씨는 1주일에 3번, 매번 두 시간씩 수강하며 시를 배웠다. 3개월의 기초과정을 마치고 난 후에도 심화과정을 통해 시를 계속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 백 씨가 쓴 시는 수십여 편. 일상을 소재로 해 착상이 좋고 서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엔 동서커피문학상과 대구백일장에서 수상도 했다. "삶에 대한 안목과 통찰력을 키워주는 게 시의 가장 큰 매력이지요. 또 시를 배우고 난 후엔 선입견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맑은 마음과 눈을 갖게 됐습니다." 자신이 쓴 시를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읽으며 시와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시를 배우고 난 후 얻은 큰 기쁨이다.
신문사가 주최하는 신춘문예에 한 번 응모, 고배를 마셨지만 백 씨는 줄기차게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다. 또 독자들의 가슴에 명쾌하게 닿을 수 있는 시를 쓰는 게 그녀의 목표다.
"많은 분들이 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직접 시를 쓰고 싶다면 먼저 문학적으로 인정받은 시인의 시집을 사서 꼼꼼하게 읽을 것을 권하고 싶어요. 읽다 보면 그 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세계관을 알게 됩니다. 그 후 시를 가르쳐주는 문학강좌를 통해 시를 배우는 것이 좋겠지요." 시를 쓰는 것은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이라는 백 씨는 "시를 통해 많은 분들의 성정이 맑아지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
이대현기자
▶백정혜 씨의 시인되기 과정은?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시 배우기로 결심.
-문예대학에서 3개월에 걸쳐 1주일에 3번, 2시간씩 시론 등 시 배우기.
-심화과정을 거치며 2년여 동안 공부를 계속.
-동서커피문학상 등 다수 수상 및 신춘문예 등을 통한 등단 도전 중.
▨ 예비수필가 전윤권씨
"3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수필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약 8개월이 지난 지금, 수필은 저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대구 정화여고 음악교사를 지내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전윤권(63·대구 동구 방촌동) 씨. 올 3월 수필에 입문한 그는 그동안 50여 편에 이르는 수필을 쓰고, 자신의 수필집 발간을 목표로 삼는 등 수필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전 씨가 수필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구 동구 효목도서관 수필클래스에 다니면서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씩 4개월을 다녔다. 학교 교지에 두 차례쯤 글을 썼을 정도로 문학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살았던 그는 '삶에 대해 관조(觀照)할 수 있겠다.'싶어 수필을 택했다. 수필클래스를 마치고 난 지난 6월부터는 수필아카데미에서 기초 및 심화과정을 수료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2시간30분씩 수필을 배웠다. 발이나 반환점 등 주제가 주어지면 수강생들은 1주일 동안 수필을 쓰고, 서로 작품을 나눠 읽고 토론하는 방식을 통해 수필의 경지를 높여갔다.
"200자 원고지로 12~15장이 되는 수필을 쓰려고 하니 처음엔 막막했어요. 쓰고 나니 신문 시사칼럼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들었지요. 우여곡절을 거쳐 글을 쓰는 기존의 틀을 깨고, 자기의 생각이 드러나는 수필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수필의 가장 큰 매력으로 전 씨는 인생에 대한 성찰을 꼽는다. 그가 쓴 수필 '발을 보며'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 그런데 나는 발이 작아 그런지 마당발이 되지 못했다. 발이 넓어야 친구도 많고 친구가 많아야 살아가는 정보도 많이 획득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 발아, 말없이 충직한 봉사자가 되어 오늘 하루도 나를 섬겨다오. 너는 나의 영원한 동반자, 너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음을 감사한다." '시와 음악' '황태자의 첫사랑' 등 음악과 관련된 수필도 많이 썼다.
"수필을 쓰면서부터 전혀 적적하지 않아요. 또 강좌를 같이 들으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지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 지나온 삶을 반추할 수 있고, 삶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수필이 저에게 가져다 준 가장 큰 기쁨입니다."
'아직 햇병아리'라고 겸손해하는 전 씨는 올 연말 나오는 수필 전문지에 자신의 작품을 실으면서 수필가로 정식 데뷔할 예정. 신춘문예 도전은 물론 수필집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글로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구는 다 갖고 있다고 봐요. 수필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고, 인생을 살찌울 수 있습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전윤권 씨의 수필 배우기 과정은?
-올 3월부터 효목도서관 수필클래스 2개월 과정 수료.
-6월부터 4개월 과정의 수필아카데미 기초 및 심화과정 수료.
-수필 50여 편 탈고 및 수필 전문지 통해 작품 발표.
-신춘문예 수필 부문 도전 및 수필집 출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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