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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박남수 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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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박남수

팬티 끈이 늘어나

입을 수가 없다. 불편하다.

내 손으로 끈을 갈 재간이 없다.

제 딸더러도 끈을 갈아 달라기가

거북하다. 불편하다.

이제까지 불편을 도맡았던 아내가 죽었다.

아내는 요 몇 해 동안

나더러 설거지도 하라 하고,

집 앞 길을 쓸라고도 하였다.

말하자면 미리 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가시게 그러는 줄만 여기고 있었다.

빨래를 하고는 나더러 짜 달라고 하였다.

꽃에 물을 주고,

나중에는 반찬도 만들어 보고

국도 끓여 보라고 했다.

그러나 반찬도 국도

만들어 보지는 못하였다.

아내는 벌써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팬티 끈이 늘어나 불편할 것도

불편하면서도 끙끙대고 있을 남편의 고충도.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純粹(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傷(상)한 새에 지나지 않았다'란 시를 썼던 시인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젊은 날의 팽팽하던 긴장미는 사라지고 '표현의 단순성'과 '일상적인 평면성'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약점이라면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바로 이 점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으니.

1951년 월남하여 활발히 시작 활동을 하다가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에는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시인. 뿌리 없는 삶을 살았기에 부인을 더욱 의지했을 것이다. 그 부인을 사별하고 난 뒤의 정황, 그 허전하고 외로운 심정은 문면 뒤에 숨겨놓고 단지 팬티 끈이 늘어나 '불편하고', 끈을 스스로 갈 재간이 없어 '불편하다'고만 말하고 있다.

하기야 삶에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랴. 입 굳게 닫고 나는 방금 배달해온 3천500원짜리 볶음밥 투명비닐이나 벗긴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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