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지속가능 경영과 지속가능 금융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으로부터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고, 깨끗한 자원과 환경을 미래 세대와 함께 누리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환경경영 외에도 윤리경영, 사회공헌, 인권과 노동 등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경영의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 맞물려 돈의 흐름도 크게 바뀌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 돈이 몰리고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을 잘하는 '착한 기업'에 투자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른바 '사회책임투자(SRI)'나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이 급성장하면서 지속가능경영을 둘러싼 블루오션 시장이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0월 24일부터 3일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부문)의 연차총회와 글로벌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UNEP FI는 1992년 '리우' 정상회담에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전 세계적 합의를 거친 후 도이체방크 등 선진 금융기관의 제안으로 설립된 UN 산하 국제기구로서, 세계 40여개 나라의 170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주된 이슈는 바로 지속가능금융이었으며, '인식에서 행동으로(Awareness to Action)'를 주제로 내걸었다. 금융기관들이 지속가능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촉구하는 뜻을 담고 있다.

첫째 날의 연차총회는 각 분과별로 자산관리, 보험, 책임투자원칙, 개도국 투자,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생물다양성 보전, 인권, 수자원 등 넓은 영역에 걸친 활동상황과 향후 과제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의 글로벌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소매금융과 보험산업의 지속가능금융 사례, 사회책임투자의 성과, 에코시스템에 대한 투자, 기후변화와 탄소펀드, 개도국의 지속가능투자,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 인권과 금융의 역할, 은행여신의 환경리스크관리, 수자원과 금융, 마이크로 파이낸싱 등 참으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참석자와 패널간의 열띤 토론으로 인해 정해진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그만큼 뜨거웠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선진 금융기관들이 인류의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는 준수해야할 규제와 의무도 있지만, 무한한 사업 기회와 새로운 부가가치를 지닌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었다. 날로 커지는 지속가능금융의 밥상에 우리가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새롭게 창출되는 먹을거리들을 놓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GE와 같은 글로벌 공룡기업이 매년 8% 이상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트렌드를 잘 읽고 미리 앞서 대처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취임하자마자 환경을 뜻하는 'Ecology'와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Imagination at Work'를 결합한 '이코매지네이션 (Ecomagination)'을 선포하였다. 수익 창출과 환경보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GE의 친환경전략이다. 이멜트 회장은 'Green is Gre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경경영을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앞의 'Green'은 환경이고, 뒤의 'Green'은 달러 즉 돈을 의미한다. GE는 기존 기술을 친환경 기술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와 담수화사업 등 모두 17개 친환경 사업부문의 매출규모를 2010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2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정해놓고 있다.

이번 맬버른 회의에는 중국 흥업은행 은행장이 20명의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하여 UNEP FI에 가입했고, 일본도 30명이 넘는 대표단이 참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의무가입기관인 수출입은행과 우리 대구은행 외에는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금융기관이 없어 참으로 안타까웠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지속가능경영에 드는 돈이 회수불가능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블루오션을 창출해내는 투자라는 인식을 갖고 지속가능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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