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 10味

어떤 지역을 여행할 때 그곳의 지방색 물씬 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맛이 뛰어나고 색다른 경험까지 얻을 수 있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먹기 위해 산다'는 말도 있지만 별미를 맛보기 위해 여행한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비단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풍성한 음식문화는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별 매력 없는 도시다. 관광객이 입을 다실 만한 맛깔스런 음식문화가 취약한 탓이다. 이곳 시민들의 만년 푸념거리이기도 하다.

'2007 대구음식관광박람회'가 15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엑스코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세계 각국 음식 및 전국 8도의 국 음식 등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등 국내 음식박람회 중 최대 규모다. 특히 처음 설치된 '대구 10味(미) 홍보 체험관'이 눈길을 끌고 있다. 따로국밥'동인동 찜갈비'복어 불고기'논메기 매운탕'누른 국수'생고기'소막창구이'무침회'납작만두'야끼우동.

대구 사람들의 性情(성정)을 닮아서일까, 입안이 얼얼할 만큼 매운 음식이 주류를 이룬다. 이 중 따로국밥과 납작만두 등은 전국적으로도 대구産(산) 음식으로 꽤 알려져 있다. 모두가 대구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즐겨 먹는 향토 음식, 또는 향토화된 음식이다.

하지만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다. 대구 대표 음식들로 자랑하기에는 왠지 '2%' 부족한 것 같다. 화끈한 맛, 소박'질박한 미각도 좋지만 좀 더 외지인들의 눈과 혀를 사로잡을 맛, 맛깔스러운 별미는 없는 걸까.

지난달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주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에게 제공된 점심 메뉴 중 단연 인기 높았던 것은 연잎밥이었다. 찹쌀에 잣'은행'대추 등 견과류를 섞어 연잎에 쪄낸 밥. 작은 보자기 같은 연잎을 풀 때의 기대감, 쫀득하고 고소한 맛은 일품이었다. 연밭이 많은 경산의 지역적 특색을 살린 별미라고 했다.

대구에도 연밭이 많다. 특히 동구는 광활한 연밭들로 국내 유통 연근의 60% 이상이 이 일대에서 생산된다. 연은 뿌리뿐 아니라 잎과 蓮實(연실) 등을 두루 다 식용으로 쓸 수 있다. 대구의 대표 별미로 연 음식을 개발하면 어떨까 싶다. 연이 지닌 美德(미덕)도 그러하거니와 웰빙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