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억척같이 살아온 진솔한 삶 이야기 '나는 김분심입니다'

학력은 초교 1년이 전부…못 배운 사연 글로 남겨

'나는 김분심입니다.'

이처럼 솔직 담백한 자서전 제목이 있을까. 김분심.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름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릴 적 놀림을 많이 받은 이름"이라고 했다. 예순둘. "일흔 밑자리 깔고" 자서전을 냈다.

그녀는 평범하다. 시쳇말로 '내 힘든 것 글로 쓰면 수십 권이 나온다.'는 한 많은 한국 여인 중 하나다. 할머니고, 어머니고, 딸이다. 자서전을 낼 만큼 유명인도 아니고, 학력도 초교 1년 다닌 것이 전부다. 그러나 평생 글을 썼다. 빈 종이만 보이면 시도 쓰고, 힘들었던 사연도 적었다.

그것이 지금의 자서전이 됐다. "박식하지 못해도 어렵고 힘든 평생을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글이 되는지…." 책을 내놓으니 또 부끄러운 모양이다.

"요즘 젊은이들 걸핏하면 이혼을 하는데, 그들이 내가 살아온 세월을 산다면 수십 번은 더 이혼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6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당시만 해도 대구의 부유한 집안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한량 끼'는 가족들을 모두 거리로 나앉게 했다. '작은 마누라가 한 트럭이 넘을 거라던' 아버지가 초교 1년 때 갑자기 집을 나갔다. 재산도 함께 사라졌다.

부산으로 내려가 단칸방에 살다가 힘들게 포항에 있는 아버지를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후 이들의 고난이 시작됐다. 어머니는 청과 시장에서 국수장사를 했다. 매일 언 국수를 손으로 뜯어먹으며 눈물로 지냈다.

책에는 힘든 어린 시절을 비롯해 결혼 이후 억척같이 살아온 그녀의 삶을 솔직하게 적고 있다. 만삭으로 과일행상을 하는 자신을 버려두고 외간여자를 만나러 다닌 남편의 외도, 힘들게 일궈낸 가정,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 등 눈물로 적었을 사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래도 아직 10분의 1도 못 적었다. "너무 힘들고 괴롭고 원망스러웠던 것은 되도록 뺐다."고 했다.

천성적으로 부지런해 지금은 어엿하게 살지만 그래도 못 배운 것은 한으로 남았다. 글은 혼자 익혔지만 책 살 돈도 없고, 40년 시집살이에 책 읽을 시간도 없었다.

책을 낸 이유를 묻자 "젊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오래된 노트를 꺼내 정리하고, 며느리 김미애(36) 씨가 일일이 워드 작업을 해 마무리했다.

책을 내놓으니 부끄러움이 앞선다는 그녀는 인터뷰 도중에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지금은 행복하다."고 했다. 자작시 '세월'에도 그 느낌이 전해진다.

'지난 세월 풀어보면/ 보따리마다 고생과 한숨,/ 행복을 꿈꾸는 마음으로 감싸고/ 피워놓은/ 보고, 또 봐도 흐뭇한 / 가족 정원의 사랑꽃 화사한 열매들.' 도서출판 그루. 223쪽. 8천 원. 대구 교보문고, 영풍문고.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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