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한국전력 대구사업본부에 입사한 김우열(31) 씨는 전직이 '공인회계사'였다. 충분히 남들이 부러워할 직업이었지만 그는 향후 발전 가능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과감히 한전에 도전했다. 김 씨는 "학창 시절 회계사 준비를 했지만 장기적으로 공기업을 택할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수 자격증 덕분에 서류 전형을 면제받았을 뿐 아니라 필기시험에서도 기존 공부한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훨씬 유리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학교에 다닐 당시와 비교하면 공기업의 위상이나 지원자들의 능력이 훨씬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내년 공기업 취업 더 어렵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취업문이 점점 '바늘 구멍'이 되고 있다. 모집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지원자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것.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 하반기 주요 공기업의 입사경쟁률은 76대 1로 올 하반기 주요 10대 그룹사 경쟁률인 42대 1의 두 배 가까운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공기업들이 최근 나이와 자격 제한을 완화함에 따라 고급 인력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도 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 토익 900점 이상 지원자가 수두룩한가 하면 석·박사들도 대거 눈에 띈다.
여기에다 공기업 취업문은 내년에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경기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새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 압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공기업의 '몸집 불리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공기업들은 내년도 채용 규모를 크게 줄일 예정이다. 올 하반기 179명을 뽑았던 대한주택공사는 내년에 결원을 채울 수 있는 50명가량만 뽑을 계획이고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86명에서 내년 30명 이내로, 한국농촌공사는 125명에서 100여 명, 한국수자원공사는 140명에서 100명으로 각각 축소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감정원 등은 아예 내년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래도 성공 전략은 있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목표와 의지만 확고하다면 공기업 취업도 뜬구름만은 아니라는 것이 합격자들의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전략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취업관계자들은 어학보다 필기시험인 전공과 상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예산처가 올해 공기업들에게 토익 점수와 학력, 학점 등을 대폭 낮추라고 권고함에 따라 이에 따른 문턱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 권우주 청운아카데미 원장은 "사무직의 경우, 토익 점수 하한선이 700~750점, 기술직은 600~650점 정도"라고 말했다. 너무 토익 점수 올리기에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그 시간에 전공과 상식, 논술 등에 더 많이 할애하라는 것.
자격증 따기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사항. 사무직의 경우, 단기간에 따기 수월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기술직의 경우 해당 전공 기사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자격증은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지원자들은 공기업 지원자격 문턱이 낮아진 대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인적성 검사와 면접 비중을 높이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권 원장은 "인적성 검사는 일반 사기업의 검사 스타일을 근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면접은 보통 3차 면접에 최근 프레젠테이션이나 블라인드 면접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스터디를 꾸려 평소 준비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일반 사기업과 달리 공기업이다보니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있어 성실성이나 공익성, 국가관 등을 많이 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 학창 시절에 사회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사회형평성 채용 강화도 눈여겨볼 만한 사항. 특히 본사를 지방 이전하는 공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전체 인원의 15~30% 정도를 지역할당하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라는 것.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대구·경북으로 이전하는 한국가스공사나 한국도로공사 등에선 지역대학 출신자를 일정 비율 뽑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공기업에 비해 훨씬 도전하기가 용이하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