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무명옷처럼 소담스러워야 되는 것 아냐?"
예순둘의 손정휴(본명 정우) 씨가 '문학예술' 겨울호로 등단했다. 기름기를 쏙 뺀 소박하고 담박한 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심상을 그린 시. 등단작 '보신탕집 개도 짖을 줄은 안다'가 그렇다.
'…/ 남편은 응당 하늘이라는/ 그 아리까리한 가정교육 받고 자라/ 시집이라는 것 가서 보니/ 남편은 분명 하늘은 하늘인데/ 산 너머 투명한 색깔 같은 건 잠시뿐/…/ 온갖 지린 검정 마구 내리는 것 있죠/ 만취의 온갖 잡색 묻혀와/ 밤마다 내게 식식거리는 기계 같은 것 있죠/…'
'아리까리한' 교육을 받고 현모양처를 꿈꾸던 '땅 같은' 여인이 '하늘 같은' 남편을 만나 겪은 가족사를 입담 좋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이 땅이 아니라 하늘 속의 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늘의 권위를 위해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기로 했단다. '…/ 그러나 인간이 못 알아 듣는/ 개의 언어로는 가끔 말하기로 했어요/ 멍, 멍,'
'조선 여인잔혹사' 같은 슬픈 이미지를 그녀는 '멍, 멍,'이란 역설적이고 해학적인 시어로 결말을 맺고 있다. 경북 경주 출생으로 경북여고와 연세대를 나와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대학 강단까지 선 그녀지만 프로필에는 '매실 농사의 농부(農婦)'라고만 짧게 썼다. 이 또한 꾸미기 싫어하는 품성을 엿보게 한다.
손 씨는 문화예술계에서 '뒷집 누이' '대모'로 통한다. 권기호 시인은 "치마폭이 넓어 안 걸치는 데가 없는 재미난 여인네"라고 했다. 그가 운영하는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정식 식당 '세종'은 문화계 인사들의 사랑방이다. 세종산업문화재단까지 운영하는 그가 식당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누구나 들어오기 쉽고, 놀다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난 시인이라고 생각 안 해. 남이 고생해 쓴 시를 읽는 것이 더 좋아. 시인이기보다 독자가 더 좋아." 거침없는 언변의 그녀지만, 몇 마디 나누면 금방 나긋나긋해지는 농부 시인을 만날 수 있다.
"단풍이 흐드러질 땐 소나무가 좋은 줄 몰랐는데, 요즘은 소나무가 좋아. 자연이 참 예술이지." 경산에서 5천평 매실농사를 지으며 호박 따고, '정구지' 몇 단 캐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단다. 왜 필명에 쉴 휴(休)를 썼냐고 하자, "편안하게 쉬는 영혼이 좋잖아?"라고 되물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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