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나 입시 전문 학원을 찾기 힘든 농촌에서 부모의 지원도 없이 조부모 손에 자란 소년이 의과대에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래 전 TV 드라마나 뉴스에서 봤을 법한 스토리가 현실이 된 셈.
올해 입시에서 순천향대 의과대에 합격한 김병헌(19·군위고) 군의 이야기다.
◆돌아오지 않은 엄마…아이는 일찍 어른이 됐다
다섯 식구가 사는 김 군의 집 안 벽면은 상장들로 빼곡했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 시절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김 군의 이름이 가장 많다.
김 군은 주로 부엌 옆에 딸린 작은 옷방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사방이 옷으로 가득 쌓여 있는 방 가운데에 놓인 뽀로로 그림의 좌식 테이블이 책상이다.
"형과 함께 쓰는 방이 있지만 이 방이 더 따뜻해서 그냥 여기서 공부하고 잠도 자요." 김 군이 쑥스러운 듯 조용히 말했다.
병훈·병헌·병호 3형제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으로 온 건 10년 전이었다. 경기도 수원에 살던 3형제는 아빠의 예기치 못한 죽음과 만났다. 아내와 불화를 겪던 아빠는 김 군이 다섯 살이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취업 면접을 봐야 한다"며 조부모에게 아이들을 맡긴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김 군이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할아버지 김한영(70) 씨는 보일러 설비업을 그만둔 뒤 산불감시원이나 가축소독요원 등 6개월 단위 공무 계약직으로 일하며 손자들을 돌봤다. 아이들은 일찍 철이 들었다. 또래들이 으레 그렇듯이 뭘 사달라고 조르거나, 밖으로 나돌지도 않았다.
김 군은 말수가 적었다. 질문에는 조용히 생각한 뒤에 대답을 했고, 간간이 미소를 짓는 게 전부였다. 김 군의 집에는 흔한 컴퓨터 한 대 없다. 당연히 온라인 강의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군은 그저 "온라인 강의가 잘 안 맞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같은 문제집 반복해서 풀어…수업시간엔 집중
사교육은 중학교 시절부터 군위읍내에 있는 영어·수학보습학원에 다닌 게 전부다. 중학생 시기에는 군위인재양성원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다.
"방과 후에 학원을 다녀오면 오후 8~9시쯤 돼요. 좀 쉬고 책을 보다가 자정쯤 잠자리에 들었어요. 주말과 휴일에는 도서관에서 10시간 정도 공부를 했고요. 친구들이 너는 공부도 별로 안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전교 1등을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다만 수업 시간에는 절대 졸지 않고 집중했고, 방학 기간에는 주요 과목의 다음 학기 학습 내용을 미리 익혀두는 선행 학습을 거듭했다.
김 군은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등 주요 과목의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었다고 했다. 학습지도 한 종류를 사서 반복해서 공부하는 식이었다. 하루에 두장씩 꼬박꼬박 집중해서 풀고,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익혔다고.
"학교 수업 진도와 상관없이 제 나름의 진도대로 꾸준히 공부했어요. 문제집 두 장을 풀고 나면 앞에 두 장에 적힌 답은 지우고 다시 반복해서 보는 식으로요."
의사는 김 군이 초등학생 때부터 변치 않았던 꿈이다. 그는 "할머니께서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의사가 되어 할머니를 고쳐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김 군은 "대학에서 새롭고 낯선 분야를 배우게 돼 설레고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 군의 책상 책꽂이에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 원장의 '골든아워'가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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